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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82) 번지는 김동연 부총리 사의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설이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24일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김 부총리가 최근 경제지표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징후, 그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으로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는 근거 등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동연 사의설은 민주당내에 파다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고 장하성 정책실장과 계속해서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고용 참사’와 ‘양극화 가속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는 사의 표명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확인에도 부인하지 않고 다른 말을 했을 뿐이다. 기재부에서도 지난 주 측근과 고별 식사를 하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사의표명을 부인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김의겸 대변인은 “사의 표명이라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사의가 전달돼야 하는데, 대통령이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듣자면 김 부총리가 대통령 면담을 통한 사의표명을 하거나, 간접적이라도 사표가 문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김 부총리가 청와대 고위관계자나 여권 실세에게 사의표명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된다. 현재까지 전후 맥락을 짚어보면 후자인 것 같다.
김동연 부총리의 사퇴 카드는 경제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와 함께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공개적인 불만 표시다. 결국 청와대에 “장하성이냐 김동연이냐”는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카드를 내민 셈이다. 김 부총리 자신은 장 실장과 갈등 속에 이대로 가면 경제가 심한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신이 주도권을 못 쥘 바에야 적절 시점에서 자리를 물러나야한다고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점을 청와대가 간파한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지표 반전에 손을 맞잡아야 하는 상황에 김 부총리가 경제 정책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려는 의도로 사퇴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고 의도를 의심한다. 청와대는 고용 쇼크에 이어 소득 분배까지 악화되면서 소득주도성장 폐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장 실장의 거취에도 변함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 실장은 26일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경제 운용의 틀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과 주 52시간 근로제의 탄력적인 운용을 주장하는 김 부총리의 손엔 칼자루가 없다. 대신 소득주도성장론을 이끄는 장 실장의 힘은 청와대 동료 참모들의 후원과 막강한 진보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건재하다.
경제마차를 이끄는 말 두 마리가 다른 길을 달리려고 고집하고 있다. 마차가 낭떠러지에 처박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갈등설을 감출 일도 사퇴설을 숨길 일도 아니다.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해 조속히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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