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기자의 세상만사〉 (81) 앵무새 같은 청와대의 답변 ‘사실무근’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8월24일자 언론보도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김 부총리 사의 표명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 무렵 김 부총리가 대통령과 만난 적도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8월9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가 내각에 대해 말을 안 듣는다고 불만이 크다. 경제정책을 두고 갈등이 심각하다”고 했을 때, 한 언론이 이 말을 한 사람이 장하성 실장이라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틀린 추측”이라며 “장 실장은 휴가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8월6일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 평택공장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며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완전한 오보”라며 “그저 우려를 표명했을 뿐”이라고 했다.
2개월 전 장하성 실장의 사퇴설에도 마찬가지 어투로 부인했다. 지난 5월 신규취업자 수가 8년4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청년실업률이 10.5%로 역대 최악을 기록하자 6월1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퇴표명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윤영찬 홍보수석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이중 강조하고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의 입장을 대신 전하며 “근거 없는 오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처럼 일단 부인부터 하고 보는 청와대의 ‘사실무근’ 말투는 우리 귀에 익숙해졌다. 현재의 청와대 홍보팀은 무엇보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제정책 노선과 거취에 대해서 특히 이 말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점에서 경제팀의 팀웍이 중요하다. 흔들리는 경제리더십을 놓아두면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는 점에서 뚫려 물이 줄줄 흐르는 둑의 구멍을 일단 손가락으로라도 막아야 된다는 생각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청와대의 앵무새 답변을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좌초 직전의 경제지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누구도 국민 앞에 책임지지 않으면 그럼 세금 내는 국민이 호구인가?” 이런 의문이 안 들면 한국 사람이 아닐 것이다.
장하성과 김동연의 사의표명설, 갈등설이 나온 것은 그저 이유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모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으로 인과관계가 충분하다.
김동연 부총리는 취업자 증가폭이 한 달 5000명에 불과한 일자리 참사에 이어 세금을 쏟아 붓고도 저소득층 뿐아니라 중산층 소득까지 낮아진 심각한 경제양극화 성적표를 며칠 전 받았다. 경제컨트롤타워인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것이 되레 이상하다. 그래서 19일 국회 고용 상황 관련 당·정·청 회의를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하루 뒤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고 언급한 것도 김 부총리의 거취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이달 말까지 장관 3~4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을 입에 달고 있는 만큼 김동연 장하성 두 사람이 교체에 포함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김동연과 장하성의 팀웍은 흔들림이 없으며 목적지가 같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그러나 목적지가 아무리 같아도 가는 길이 다르면 만사휴의다.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로 가급적 검증된 큰 길로 가야지 무슨 석기시대처럼 산을 오르고 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은 어리석다. 김동연 장하성 두 사람을 다 바꾸거나 최소한 장하성 정책실장을 바꿔야 후환이 없을 것이다. 오기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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