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대혁명 기간 중 공포정치를 하던 로베스피에르는 당시 인플레이션으로 생필품의 가격이 오르자 모든 프랑스 아이들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며 우유가격을 절반으로 내릴 것을 지시했다.
우유가격이 내리자 많은 축산 농가들은 적자를 우려해 젖소를 도축해 팔아버렸다. 결국 젖소가 사라지고 우유공급이 부족해져 시장에서는 우윳값이 치솟았다.
로베스피에르는 이번에는 비싼 건초가 우유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건초가격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이번엔 건초업자들이 수지가 맞지 않아 건초생산을 줄이게 되고 건초가격 또한 폭등했다.
결과적으로 반값우유는 실패했다. 얼마 뒤 예전 가격의 10배까지 치솟았다. 갓난아기도 우유를 못 먹게 되었다. 대중은 로베스피에르를 등지게 되고 결국 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수단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수단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75) 대통령이 빵값을 3배 인상했다가 쿠데타를 당해 30년 독재권력을 내놓았다. 단초는 빵값이었다. 무려 세 배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국민이 거리로 나갔다.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은인자중하던 군이 결국 그를 축출했다.
알바시르는 빵값 인상이 쿠데타로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로베스피에르가 반값 우윳값 정책으로 단두대로 갈 것을 감히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정치의 세계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도 남는다. 대중의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빵값 인상→국민 시위→정부 진압→ 과격화→ 발포→시위대 유혈사태 →정국 악화 →쿠데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수단정국이 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중순 빵 가격을 3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물가 급등에 대한 불만과 함께 그동안 누적된 국민의 응어리가 폭발, 수단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게 쿠데타의 서막이었다.
수단은 2011년 남수단의 독립으로 석유매장지역의 상당 부분을 잃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만이 큰 상황이었다.
분노한 국민이 바시르의 퇴진을 요구하자 정부가 시위대에 발포하면서 유혈참사가 이어졌고 시위가 격화했다. 3월 중순까지 시위대와 경찰, 군인들의 충돌 과정에서 최소 51명이 사망했다. 결국 쿠데타로 집권한 바시르는 30년 만에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됐다.
직업군인 출신인 알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30년간 장기 집권했다. ‘아랍의 봄’ 물결이 불던 2011년에도 퇴진 압력을 받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시위가 진압되자 없던 일로 하고 지금까지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 때는 꼼수가 통했지만 이번은 목숨이 경각에 걸렸다.
그는 2003년 30만 명의 사망자와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다르푸르 대학살의 주범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돼 있다.
권력자들은 국민의 먹는 문제에 대해 항상 긴장해야 한다. 오만한 로베스피에르와 알 바시르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가볍게 여기고 좌지우지 하려다 국민에 의해 자신의 목숨이 좌지우지 당하게 됐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따뜻하고 바른 사회를 위한 불편부당 시대정론지 이슈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