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놀라운 재테크
최근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서 김종천 경기 과천 시장의 재산목록이 화제가 됐다. 김 시장은 40대 변호사 출신인데도 무주택자였다. 따로 사는 어머니가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김 시장은 처가 식구와 함께 6억5천만원의 전세 아파트에 거주했다. 일부 신문은 무주택자 기초단체장이라고 치켜세웠다.
공직자 재산공개 기준일은 지난해 12월31일인데 한 달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김 시장이 과천시가 보유 중인 관사(官舍) 아파트에 입주한 것이다. 새로 전근 온 행정 부시장이 들어갈 집이었다. 관사에 들어가면서 김 시장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을 것이다. 실내 인테리어 비용이나 관리비 등은 시 예산에서 처리해주고, 6억5천만원의 전세금은 고스란히 통장에 입금될 것이니 이렇게 남는 장사가 없다.
물론 시 살림엔 주름살이 갈 것이다. 행정부시장의 장거리 출퇴근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됐다. 부시장은 수원 아래쪽 지역에서 매일 기사 딸린 관용차량으로 출퇴근한다.
김 시장을 보면 청와대 김의겸 전 대변인의 흑석동 재개발 건물 투기 논란이 떠오른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2월 임명되자 이례적으로 청와대 인근 관사에 입주했다. 경호요원 등 지방에서 올라온 청와대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다. 이 곳 역시 소액의 관리비만 내면 되니 생활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관사 재테크‘로 절약한 돈과 그동안 살던 곳의 전세금 4억8000만원, 여기에 은행대출 10억원 등을 그러모아 관사에 입주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흑석동 재개발지역의 25억7000만원짜리 건물을 샀다.
비록 그는 ‘위선자’ 비난을 들으며 대변인 옷은 벗었지만 1년도 안 돼 10억원 이상이 올랐다는 금싸라기 건물 하나는 건졌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위공직자치곤 보기 드물게 과천 아파트 한 채와 대구 상가 한 개가 전부다. 예금 등을 합해 재산 신고 총액이 14억3423만원이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어림잡으면 20억원이 넘겠지만 그래도 장관급 공무원이니 그 정도면 많지도 적지도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실장 재산내역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놀라게 된다. 정부는 폭등하는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위해 김 실장이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초 재초환제를 부활시켰다. 그는 운이 좋은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정부가 부과하는 규제를 잘 피해나갔다.
강남과 과천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많다. 이런 곳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이다. 재건축을 해서 집값이 추가로 오르면 그것의 반 가까이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가겠다는 ’징벌세‘의 일종이다.
김 실장이 보유한 아파트 맞은편 재건축 단지 조합추진위에서는 매일 이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재초환금 액수가 2~3억원이 넘을 것이니 재건축을 서두르지 말자”라거나 “무슨 소리냐. 재초환금을 추징당하더라도 낡은 아파트 대신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며 티격태격하다 급기야 주민들끼리 적대적 관계가 되곤 한다.
이웃주민의 불상사가 김 실장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자신의 아파트는 재초환금을 한 푼도 안 내기 때문이다. 단지 일찍 재건축을 시작했고 정부 규제가 적용되기 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게 혜택 받는 이유의 전부다. 정부정책이 무슨 복불복, 로또도 아닌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아파트 단지가 이리 운명이 엇갈리니 무슨 신뢰가 생기겠는가. 김 실장은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을 냈지만 본인을 뺀, 운 없는 사람들에게 그 예언이 적중될 뿐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급에 속하는 사람들의 재산증식 천태만상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기야 “부동산 투기 하지 마라” “집은 사는 게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다”라고 침 튀게 말하고 다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아파트 3채를 굴리며 거액을 챙겼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심지어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은 “아파트 3채가 특별히 문제되는 것은 없다. 유학생이 미국에서 3500만원이 채 안 되는 외제차 포르세 타는 게 큰 문제였을까”라고 염장 지르며 강변하는 세상이다.
이 칼럼은 에너지경제신문 4일자 전문가시각에 실렸다.
김의겸은 시민단체 고발로 검찰수사를 받고있다. 금융감독원도 불법대출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의겸은 사퇴 이후에도 관사를 계속 사용하다가 5일째인 4일 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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