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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격’ -빽기자의 세상만사 (89 )
  • 기사등록 2018-09-19 13:22:29
  • 기사수정 2018-09-24 21: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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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이나 도로에서 언쟁을 벌이다 감정이 상하면 꼭 누군가가 이런 말을 내뱉는다. “너 나이 몇이야? 이게 엊다대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나이가 벼슬이다. 장유유서라는 유교사회의 위계질서 탓일 게다.
 꼰대소리 듣는다고 어린 주유소 알바에게도 존대말을 받치는 사회가 되긴 했다.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태의연한 데가 국회다. 민심을 대변하는 곳인데도 민심에 따르기는커녕 한 줌의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곳이다.
지난 11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내 군번에 저런 나부랭이한테”라며 씩씩거린 것은 좋은 사례다. 박 의원이 76세로 국회서 가장 연장자이고 4선의원이긴 하지만 여 의원 역시 3선의원에다 나이가 만 70세다. 나부랭이라고 낮잡아 부를 나이와 경력이 아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자신이 밝힌 국민성장론에 대해 토론을 하자고 제의한 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17일 "할 생각이 없다"면서 "토론은 격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격은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말한다. 이해찬 의원의 주장은 이런 게 아닐까. “국무총리까지 지낸 여당 대표인 내가 기껏 야당 비대위원장과 토론회를 할 수 있겠는가?” 체급이 다르다는 것으로 자신은 헤비급인 무하마드 알리인데 감히 밴텀급의 홍수환이 덤벼드니 가소롭다는 투로 들린다.
 이 대표의 격 맞추기는 평양방문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 방북에 동행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함께 만나기로 한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면담에 ‘노쇼’ 한 것이다.

남북 정당관계자 면담이 예정된 지난 18일 오후 북측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일행이 남측에서 온 정당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해찬,정동영,이정미 대표는 한 시간 이상이 지나도록 면담장에 도착하지 않아 행사가 취소됐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바람맞은 북한 측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감히 이해찬 대표는 비난하지 못하고 “우리들도 정확하게 맥락을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고 얼버무렸다.소동 끝에 남북은 일정을 재조정해 남쪽 정당대표들은 1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주재 모임에 참석했다. 결국 ‘들러리를 선다’는 느낌에, 즉 격을 맞추기 위해 전날 일정을 거부한 셈이 됐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수행하는 것은 이미 몸을 낮춘 상태다. 평양이 종종 남한에 허세를 부리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평양까지 가서 격을 따질 것이면 아예 처음부터  한국 국회의 격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하지 말았어야 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이해찬의 이름이 등장한 지 오래지만 평양 '노쇼' 소동으로 다시 이름이 올랐다. '대북행사에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이정미 대표를 참석시키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제목의 청원이 18일부터 시작됐다. 성격이 운명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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