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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은 최영미를 굳이 법정에서 만나야 했나 - 원로시인답게 시를 지어 풍자하면 좋았을텐데
  • 기사등록 2018-07-25 22:16:32
  • 기사수정 2018-07-26 1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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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68) 우리 사회의 원로가 왜 이러실까-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시인 한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여자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시인 최영미 ....


▲ 고은 시인


시인 최영미(57)가 지난 2월27일 동아일보에 보낸 글 전문이다. 최 시인의 이 글 등에 대해 고은(본명 고은태) 시인(85)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이 글을 실은 동아일보사 대표와 기자, 고은의 성추행 목격을 공개 고백한 박진성 시인도 포함됐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고 시인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이들을 상대로 성추행 의혹 폭로로 피해를 입었으니 총 10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최 시인과 박 시인에 청구된 손해배상액은 각 1000만원씩이다.
고 시인 측 관계자는 “탑골공원과 대전 성추행 의혹이 허위 보도이기 때문에 정정보도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 시인은 의혹에 대해 맞다, 아니다를 정확히 밝힌 적이 없는데 일방적인 주장이 아무런 반론도 없이 기정사실화됐다”며 “고 시인이 충격이 너무 컸고 주변 문인들도 설득을 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 시인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누군가로부터 소송 당하는 건 처음이다”라며 “힘든 싸움이 시작됐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 시인이 계간 문화지 <황해문화>에 실린 시 ‘괴물’로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는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지면서부터 불거졌다.
고 시인은 당시 “최근 불거진 (성추행) 혐의에 내 이름이 포함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나의 과거 행실이 야기했을지 모를 의도치 않은 상처들에 대해 이미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여성들이 나에 대해 제기한 습관적 성폭력 의혹에 대해선 단호히 부정한다”고 했다.

시인 고은(85)은 지난 봄 무렵 들불처럼 번진 미투운동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중고교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과 작가 소개가 삭제됐다. 한국 대표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고 시인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경기도 수원시는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을 철회했다.
그렇지만 큰 시인이 과거의 행실에 대해 비판을 받은 것을 고소까지 해 법정으로 끌고 가야만 했을까. 전혀 시인답지 않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자신이 잘하는 시를 지어 풍자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은이 소송에서 이길 지도 의문이지만 이긴다고 그의 기행과 가학적인 행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원로가 왜 이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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