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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외빈을 맞을 때 A4메모지를 들고 나간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도 마찬가지다. 외국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같다. 지난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A4메모지를 가지고 있었다. 대화 의제 등을 담은 내용으로 무릎 위에 올린 채 보거나 손으로 들고 보거나 탁자위에 놓고 보곤 했다. 푸틴 대통령은 메모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를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27일자 칼럼에서 문제 삼았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당시 특사로 온 펜스 미 부통령, 한정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과의 환담 때도 A4 종이를 들고 대본 읽듯 했다. 당시 미 배석자들의 어색했던 표정이 기억에 선명하다”고 지적했다.


▲ 22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무릎 위에 A4 메모지를 올려 놓은 채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가 정색하고 대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이날자 중앙일보 ‘트럼프의 입, 문재인의 A4용지’라는 칼럼을 거론한 뒤, 이 칼럼에서 언급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모두 반박했다.
이 칼럼은 문 대통령이 최근 한러 정상회담과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인사와의 접견에서 A4용지 자료를 보며 만남에 임했다며, 이는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고, 이를 지켜보는 상대국이나 제3국에서 지도자의 권위, 자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4개월여 동안 많은 정상회담과 그에 준하는 고위급 인사들과의 회담에 들어갔다”며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거의 모든 정상이 메모지를 들고 와서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 문 대통령이 특별한 경우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오히려 메모지를 들고 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로 알고 있다”며 “그것은 당신과의 대화를 위해서 내가 이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는 성의표시”라고 했다. 이어 “정상간 한마디 한마디는 범인들의 말과 달리 국가의 정책과 노선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말”이라며 “그 말에 신중함을 더하기 위해서 노트를 들고 오고 그걸 중심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도자의 권위, 자질에 대한 신뢰 떨어뜨릴 수 있다”는데 한반도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일촉즉발 전쟁위기였고, 그 상황을 지금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끌어 낸 것이 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의 ‘권위’와 ‘자질’로 여기까지 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정상 간의 짧은 모두발언까지 외우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표현도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다는 점을 환기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칼럼 전문

[김현기의 시시각각] 트럼프의 입, 문재인의 A4 용지
요즘 워싱턴 특파원들은 고달프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북한 관련 미국 동향을 챙기느라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더욱 힘든 건 ‘트럼프 거짓말’과의 싸움이다.
  지난 20일 밤(현지시간)도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 유세에서 돌연 “오늘 200구의 미군 유해를 돌려받았다”고 발표했다. 속보가 쏟아졌다. 중앙일보 데스크, 특파원 어느 쪽도 진짜인지 허풍인지 확신을 못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트럼프는 “송환 과정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나마 이건 나은 편이다. 싱가포르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자마자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17일에 김정은과 핫라인으로 통화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다음날 백악관은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핫라인’은 깜깜무소식이다. 그 존재조차 확실치 않다. 늘 “가짜 뉴스는 반역적”이라고 비난하는 트럼프지만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가짜 발언’은 해명할 생각을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트럼프는 집권 497일 동안 총 3251번의 거짓 또는 과장을 늘어놓았다”고 보도했다. 과장을 뺀 ‘거짓말’만 집계한 캐나다 일간지는 “하루에 최소 5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그의 거짓말은 상습적이다.
  
위성사진으로도 아님이 드러났고, 심지어 매티스 미 국방장관까지 아니라고 부정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엔진 공장(동창리) 파괴를 일주일째 “지금 폭파하고 있다”고 외친다. 측근들이 “주한미군 수는 2만8500명”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돌아서면 “주한미군 3만2000명을 고국에 데려오고 싶다”고 한다. 싱가포르 공동성명문도 자기 입맛에 맞게 수시로 바꿔 말한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둔갑시키는 식이다. 오죽했으면 “그(트럼프)는 실제 자신이 싱가포르에서 뭘 합의했는지 모를 수도 있다”(인터넷 매체 ‘복스’)는 말까지 나온다.
 많은 이들이 향후 북·미 추가 협상의 주요 변수로 김정은의 통 큰 선 조치, 중국의 동향, 미 의회의 반발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난 트럼프의 입이라고 본다. 언제 “싱가포르 합의는 ‘가짜 합의’”라고 불을 뿜을지 모른다. 그 순간 북·미 관계는 ‘꽝’이다.
그가 싱가포르 회견에서 했던 말이 있다. “내 판단이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변명이라도 찾아낼 것이다.” 우리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 상황을 컨트롤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의 절제, 자제가 안 되는 입이 문제라면 우린 좀 정반대에 가까운 문제를 떠안고 있지 않을까. 얼마 전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 옆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두 손에 A4 용지를 들고 이야기를 했다. 공동회견장에서야 그럴 수 있지만 양 정상이 짧게 대화를 나눌 때까지 자료를 보며 읽는 건 외교적으로 결례가 될 수 있다.
  
그 영상을 보며 상대국, 제3국 시청자들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될지도 고려해야 한다. 지도자의 권위, 자질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사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당시 특사로 온 펜스 미 부통령, 한정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과의 환담 때도 A4 종이를 들고 대본 읽듯 했다. 당시 미 배석자들의 어색했던 표정이 기억에 선명하다. 말실수를 줄이려면 확실히 자료에 의지하는 게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정상 간의 짧은 모두발언까지 외우지 못하거나, 소화해 발언하지 못하는 건 문제다. 지나친 과장과 거짓말, 지나친 신중함과 자료 읽기. 둘 다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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