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은 찝찝하고 혼란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북한과 대화 진행 중” “12일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말을 바꾸는 등 ‘냉온탕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당혹감이 크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도 묵묵부답이다.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운전자 자리를 가져가버리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취소 결정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에도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지 하루밖에 안 된 시점이어서 청와대의 혼란은 더 크다.
그 배경에 북한이 미국의 정상회담 실무협의 요청에 며칠째 응하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그동안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런 흐름을 감지 못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새벽 정 실장을 비롯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들을 관저로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6월12일에 열리지 않게 된 데 대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며 “지금 소통 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한 여정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실낱같은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번에 확인한 것은 미국과 북한에 대한 신뢰상실과 소통부재, 우리 외교안보팀의 역량부족 절감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안보를 두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국정부가 무기력하게 모르는 사실이 벌어지면 보통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12일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러한 기류와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따뜻하고 바른 사회를 위한 불편부당 시대정론지 이슈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