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2일 백악관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성공한 회담이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청와대도 "시종 덕담이 오간 분위기 좋은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중 반응은 다르다. '외교참사' '미국과 북한만 보이고 한국은 어디 있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북한의 생트집 으름장에 반박 한 번 제대로 못했다. 그들이 '조자룡의 헌 칼' 쓰듯 정상적인 한미 군사훈련에 시비붙고 우리 국민인 탈북자의 북송을 요구해도 통일부장관은 짤막한 유감표명만 했을 뿐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한국 기자들을 불러놓고서도 방북을 막더니 뒤늦게 마감시간이 돼서야 '자선하듯' 허용했다. 정부는 감지덕지하다는 듯 '환영한다'면서 즉시 국무총리가 타는 비행기를 띄웠다. 야당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논평을 냈다.
북한에 왼뺨을 맞은 한국은 미국에게 오른뺨을 내줘야 했다. 22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외교사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정치평론가 전여옥은 "한미정상 만남을 지켜보면서 참 심정이 착잡했다. 미국이 홈그라운드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야말로 '트럼프의 원맨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애드리브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옆에서 듣기만 하는 수밖에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요약하면 '창피'하다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의 운전자론은 미국과 북한에 낀 샌드위치 꼴이 돼버리고 말았다. '중매장이가 잘하면 술 석잔이지만 잘못 되면 뺨 석대'라고 했다. 세상 일이 그렇다. 북한이 중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한국외교는 갈 길을 잃었다. 포커게임은 상대의 패를 보면서 판돈을 줄이거나 올리거나 한다. 상대의 패를 보고도 종전과 같이 순진하게 베팅하면 백전백패다.
이번에 청와대는 트럼프에게 할 말을 하는 문재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외교결례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말고 강력하게 어필해야 미국이 달라진다.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끊고 통역을 하지말라고 한 데 대해 "좋은 말일 테니 통역이 필요없다"고 오역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미북회담을 앞두고 강력한 북한의 반발에 미국 트럼프가 꼬리를 감추는 모습을 보고도 왜 이러는가.
한국 외교는 중국에 가서 혼밥하고 북한에 치이고 미국에 가서 원맨쇼만 실컷 보고 왔다. 손자병법이나 마키아벨리의 저술이라도 일독해야할 판이다. 외교는 약육강식이라는 정글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외교게임의 원리를 깨닫지 못하면 '한반도 운전자론'은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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