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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직통전화 먼저 들면 지는 게임? - 문 대통령 김정은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어야...빽기자의 세상만사 (35)
  • 기사등록 2018-05-17 12:40:41
  • 기사수정 2018-05-18 16: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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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남북직통전화가 설치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제든 전화 연결이 된다. 분단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고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은 청년다운 호기심을 보였다. “정말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는 거냐”고 문 대통령에게 묻기까지 했다.


▲ 문재인-김정은 도보다리 밀담의 순간.


두 사람은 ‘도보다리 밀담’에서 전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남쪽의 많은 사람들은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것인 양 환호했다. 수시로 남북의 두 사람이 핫라인 전화를 하며 우의를 다질 것이라고 믿었다.
정상 간 핫라인의 시초는 백악관과 크렘린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고 나서 백악관과 크렘린에 처음 설치됐다. 우발적 충돌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트럼프-시진핑-아베-문재인 네 사람 사이 통화는 자주 이뤄진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이 넘게 전화했다.
판문점의 그 다정다감한 김정은이라면 5월7일 중국 다롄을 전격 방문할 때나 북한으로 귀환한 뒤 남북직통 전화를 들어 “문 대통령님. 이번에 갑자기 중국에 갈 일이 있어 시진핑 주석과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라고 할만 했다. 적어도 16일 남북고위급 취소 때라도 전화를 걸어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랬다면 그의 진정성은 세계만방의 평가를 다시 받았을 것이다.


김정은은 그런 사람이다. 인민과 부하들에게 지시만 할 뿐이다. 그가 전화에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게 상책이다. 사회경험이나 인간관계나 민주주의 개방성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아베 등 서구지도자와 비교할 일은 아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전화기를 먼저 드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멍석을 깔아 주는 사람이 많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가기 전 남북 정상 간 직접 통화가 되지 않으면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한미 정상회담 전 핫라인을 한번 써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일로 남북 정상이 첫 통화를 하게 될 경우 핫라인의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신중하다 못해 김정은의 심기경호를 위해 애쓰는 태도다. 판문점선언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작고 하찮은 일부터 차분하고 충실하게 다져가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길을 잘못 들면 육성으로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고 달랠 수 있어야 한반도의 운전자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은 승부사라는 생각이 든다. 문 대통령도 지지 않는다. 남북직통 전화를 두고 두 사람의 신경전이 커진다. 먼저 드는 사람이 지는 게임?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고 이기는 길로 가야 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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