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청개구리 야당"이라며 집권당 대표가 오남용한 '몽니'…빽기자의 세상만사 (29) - 특검 도입해 사법방해 행위 조사해야
  • 기사등록 2018-05-09 13:51:16
  • 기사수정 2018-05-10 22:18:37
기사수정

'몽니'라는 말은 DJP 연합정부의 한 축이던 김종필 국무총리가 사용하면서 정치숙어가 됐다. 그는 1998년 내각제 개헌 합의를 김대중 대통령이 번복하려 하자 “내각제가 안 되면 몽니부리겠다”고 했다. 그 덕에 내각제는 죽었지만 몽니라는 말은 널리 살아남았다.
몽니는 원래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심술이라도 부리겠다’는 의미다. 강자가 갑질을 하면 약자는 몽니라도 해야 한다는 맥락이다. 가끔 ‘똥고집에다 고약한 성질로 생떼쓰는 것’으로 몽니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그건 오남용이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대표가 9일 이 말을 썼다. 드루킹사건의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에 대해 ‘몽니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검의 깜도 안 되는 사건에 대해 본질에 벗어난 청개구리식 협상안을 가지고 와서 국회 정상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추 대표 발언에서 강자의 오만이 느껴진다. 야당을 그저 생떼나 쓰는 심술궂은 집단 정도로 매도한 셈이다. 더구나 민주당원이 개입되고 소속 의원이 연루되지 않았나. 국회에서 견제와 자정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우리사회는 아직 멀었다.
선진국은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는 나라들이다. 특검은 미국에서도 자주 문제를 노정시키지만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며 살아남은 것은 특검이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는 차선의 시스템이어서다.
김종필이 몽니부리던 1998년, 미국은 스타 특별검사의 ‘지퍼게이트’가 전 세계의 눈길을 끌어 모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인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데 대해 국민들은 "뭐 그럴 수 있지"라는 반응이 적지않았다. 그래도 의회는 표대결을 거쳐 특검을 발동했다. 이유가 뭔가. 현직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사법방해절차가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
지난해에는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뮬러특검이 발동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의혹을 조사 중이다. 뮬러 특검도 코미 FBI 국장 해임 등 대통령의 사법방해가 없었는지에 대해 추궁한다.


▲ 4일 경찰에 출석하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


드루킹 사건은 지난 대선 때 댓글공작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가 짙다. 민주당원으로 확인된 어둠의 범죄자들은 2016년 10월 이후 7만 건에 달하는 댓글 작업을 벌인 게 드러났다. 문재인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 주변과 돈거래 사실도 드러났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법방해 혐의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노골적으로 김경수 편을 들었고 수사팀은 압수수색 등에서 수사의 ABC도 해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관위 고발에 대해 검찰이 왜 무혐의 처리 했는지에 대해, 또 청와대 백원우 비서관이 드루킹 관련자와 만난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지금 경찰 수사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데도 집권당 대표가 야당의 몽니라고 비난하는 것은 생뚱맞다. 권력만 잡으면 천년만년 누릴 것처럼 과거 올챙이시절을 싹 잊어버리고 돌변하는 것은 두고두고 한국의 민주주의에 해를 끼친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issuegate.com/news/view.php?idx=8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