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67)은 문재인정부의 책사인가? 해결사인가? 그가 숱한 설화를 일으켰지만 외교안보특보 자리는 무사하다. 이 점에서 브레인이거나 책사임에 틀림이 없다. 문정인의 입은 항상 문재인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이 점에서 해결사이기도 하다.
문정인 청와대외교안보 특보가 국내외에서 뭔가를 말한다. 그러면 국내 언론이 대서특필한다. 이어 청와대는 아니라고 주워 담는다. 무슨 양치기의 거짓말도 아닌, 이런 습관적 패턴이 지난 1년 동안 네댓 번 되풀이 됐다.
〈1〉 군사훈련 축소
문 특보는 한·미 군사훈련축소를 거듭 주장했다. 공개 제기한 것은 지난해 6월 19일 미국 워싱턴 세미나에서였다. 한·미 정상 회담이 이달 29~30일로 예정된 시점이었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고위관계자는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하게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 특보 주장은 현실화됐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판문점 정상회담을 전후 해 군사훈련은 축소됐다.
〈2〉 한미 동맹 파기
“동맹을 파기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문 특보는 지난 1년 간 한미동맹의 가치를 끊임없이 깎아내렸다. 지난해 6월 16일 주미 특파원 간담회에서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지면 그게 동맹이냐”고 했다. 지난해 9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 토론회에서 "한미 동맹이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고 폭탄발언 했다. 이 주장은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이제 전쟁은 없다”는 선언에서 부분적으로 실현됐다.
〈3〉 주한미군 철수
문 특보가 지난 1년 간 시종 강조한 것은 주한미군의 철수론이다. 지난해 6월16일 특파원간담회서 “주한미군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한 뒤 같은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올해 2월 27일 워싱턴 평화공감포럼 강연에선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4월30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더 치고 나갔다.
〈4〉 북한 핵보유국 인정
지난해 9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 토론회에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3〉에 대해 청와대가 예민한 반응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일 브리핑에서 전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문정인의 특보자리가 위험해진 것도 아니다. 그가 문 대통령의 브레인이나 해결사로 활약을 계속하는 한 〈3〉과 〈4〉는 언젠가 평화협정과 맞바꿀 살아 있는 카드일 거다.
문 특보는 이 정부의 숨은 실세다. 그가 부르짖은 군사훈련 축소론은 1년도 안 돼 실현됐고 사드배치는 그의 부정적 발언 이후 진척이 거의 없다. 국방부의 김정은 '참수부대' 운영계획안은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그의 한마디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히트앤런’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야구고장에서 자란 문 대통령이 그걸 모를까. 청와대가 문정인의 '주한미군 철수론' 발언을 말린다고 말 하지만 머잖아 '적절한 타이밍'이 되면 그의 예언적 발언은 현실에서 실천될 지 모른다. 야당과 보수진영은 그걸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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