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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호소 “문 대통령 뜨거운 가슴 못지않게 차가운 머리 가져야 ” - “판문점 선언, 일의 순서부터 바로 잡아야”
  • 기사등록 2018-04-30 21:28:47
  • 기사수정 2018-05-02 19: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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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때론 거친 파도에 올라탈 줄 알아야 한다. 파도의 흐름에 맞춰 조화롭게 몸을 같이 움직이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요즘 한국의 정세가 파도타기와 비슷하다. 남북정상 회담 이후 국민들은 좋은 게 좋다는 식이다. 분위기가 열광적이다. 집채같이 몰려오는 이런 파도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다. 영리한 정치인은 그릇된 것을 알면서도 국민의 열기에 편승한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라면 달라야 한다. 당리와 당략을 버려야 한다.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보여줄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감정에 휩싸인 국민이 돌을 던지고 손가락질을 해도 시대 정신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이 시대에 우리 국민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말해 줘야 한다. 눈 앞의 인기를 버리고 정의와 양심을 회복하는 길을 가야 한다. 시대정신이 서서히 드러나면 진정한 지도자도 국민 앞에 나타날 것이다.【편집자 주】


어느 때보다 정치지도자의 용기가 절실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일독할 만하다. 바른 말을 하는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유승민의 글을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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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학자 Alfred Marshall은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cool heads, but warm hearts) 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자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선언을 보면서 마셜의 이 경구가 떠올랐다.

이번 정상회담의 유일한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는 ‘완전한 비핵화’였다.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한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정상회담의 유일한 목표라는 것은 국민의 요구였고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수차 확인하고 약속했던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적으로 문서화된 것은 평가하지만,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비핵화의 시한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 약속이 없었던 것은 비핵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2005년의 9.19 공동성명보다,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보다 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그 대신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수많은 약속들을 했다.
문제는 이 많은 약속들의 대부분이 북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판문점 선언은 지금 일의 순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가 확실하게 실현된 이후에나 추진할 일이다.
따라서 미북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무기 해체)가 어떻게, 언제까지 약속되고 실천되는지를 확인한 이후에나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을 저는 분명히 해둔다.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은 유엔군사령부 해체, 유엔사후방기지 해체, 주한미국 지위변경 및 철수 문제 등 우리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의 순서를 확실히 해둬야 한다.




10.4선언 등 과거의 합의를 반복한 수많은 남북관계 개선 사업들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이에 따라 대북 제재와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이 원론적으로 선언한 완전한 비핵화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미북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방법, 시한, 검증과 사찰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비핵화의 운명이 달려있고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다.
트럼프대통령은 그동안 빅뱅식 일괄 타결을 주장했고 CVID를 주장해왔으며, 핵무기를 없애기 전에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만약 미국이 ICBM 동결, 핵확산방지를 위한 핵무기, 핵물질, 핵기술의 이전 금지에 만족하고 북한의 완성된 핵무기에 대해서는 핵동결 수준의 합의로 봉합한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최악의 결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분명히 하고 미북정상회담에 앞서 완벽한 한미공조를 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저 역시 진정한 평화를 바란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하는 정치지도자로서 분위기에 휩쓸려 신중함과 정확한 판단력을 잃어서는 안된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현재로서는 김정은은 패를 다 보이지 않았다.
미북회담을 앞두고 그 패를 아껴두고 있는데 우리는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패를 확인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금은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의 책임자들이 그들의 뜨거운 가슴 못지않게 차가운 머리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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