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소련 호루시쵸프가 핵탄도미사일을 미국의 코앞 쿠바에 배치하려고 할 때 케네디 대통령은 사나운 매처럼 행동했다. 그가 3차 세계대전을 각오하고 저지에 나서자 소련은 퇴각했다. 1980년 이란 미대사관직원 인질 사건이 벌어지자 카터 대통령은 유화적인 비둘기처럼 굴었다. 매파인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에게 협조와 양보로 사태를 풀려고 했지만 처참하게 패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두 회의실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김 위원장을 문 대통령이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맞이한다. 두 정상은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두 차례 회담을 한 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은은 한 마리의 사나운 매다. 국내에서 정적을 처벌하고 미국 상대로 핵게임을 벌일 때는 살기등등한 맹수 같은 본성을 보였다. 반면 중국 시진핑 주석을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때는 상당한 전략가 면모도 과시했다.
김정은이 매의 전략을 들고 나올 때 문 대통령이 같이 매처럼 맞서면 판이 깨진다.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비둘기가 될 것이니 판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웬만하면 큰형처럼 양보하고 지고 말자는 게 문 대통령의 비둘기론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비둘기였다. 김대중은 2000년 정상회담에 앞서 현대그룹에게 5억달러를 북한에 비밀송금하게 했다. 노무현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북한지원프로젝트 8개항을 안고 돌아왔다. 두 사람은 다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북한 김정일은 죽을 때까지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았다. 아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을 하고 이어11월 미국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둔 ICBM 실험을 마치고는 '핵보유국가'라고 선언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의 주춧돌을 놓고 비무장지대의 긴장상태를 해소하며 남북대화를 긴밀히 이어가도록 디딤돌을 놔야 한다. 1,2차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김정은 맞춤전략이 필요하다. 사육사는 호랑이에게 살아있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호랑이가 먹이를 죽일 때 일어나는 잔인함을 돋워주지 않기 위해서다. 단단하고 질긴 먹이를 통째로 주지도 않는다. 호랑이가 그 먹이를 찢어발길 때 포악한 본성을 되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주도면밀하고 능수능란한 사육사가 돼야 한다. 호랑이 기분만 맞추다간 물리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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