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엔 '센트럴 파크'가 있어 더욱 뉴욕답다. 런던엔 '하이드파크'가 있어 런던을 더욱 가고싶어 한다. 좋은 도시일수록 랜드마크 공원이 있다. 대부분의 도시엔 중앙공원이 있어 도시를 풍요롭게 만든다. 과천시의 중앙공원도 과천을 빛나게 하는가.
과천시민들에게 중앙공원은 휴식의 공간이자 만남의 공간이다. 또 문화의 공간이자 놀이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들어 중앙공원 관리실태가 나빠졌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제보자의 닦달에 상업지역에서 출발해 8단지 농협 앞까지 걸어가면서 중앙공원을 요모저모 살펴보니 문제 투성이었다.
먼저 안전문제가 심각했다.
놀이터 주변 보도 인근에 깔려있는 매트는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걸려 넘어질 수 있을 정도로 헤져 있었다.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는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운동기구 주변에 잘라낸 나무 그루터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자칫하면 걸려 넘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 자칫하면 걸려 넘어질 수 있다.
한참 가다보니 출입하지 말라고 박아놓은 쇠 말뚝이 뽑혀져 있었다. 방문객이 유유자적하다보면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상태가 돼 있었다. 꽂으려고 했지만 쇠줄로 묶여져 있어 움직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제 힘으로는 안 되니까 그냥 시청에 신고하라고 했다.
과천은 노인 인구 비중이 높다. 그래서 안전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써야 되는데 아쉬웠다.
인도 바로 옆 쇠꼬챙이. 날카로워 찔릴 수도 있다.
도립도서관을 지나자 해병대 전우회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었다. 부림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에 거주하는 주민 황모씨는 재건축한 새 아파트 앞에 흉물스러운 컨테이너가 한 두 개가 아니라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해병대 전우회가 저녁에 중앙공원 순찰을 비롯해 과천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사무실을 거기에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문원동 보훈회관으로 옮기거나 꼭 중앙공원에 있어야 한다면 도서관 앞 화장실 위 휴식공간을 활용한다든지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금 가다보면 농구장과 게이트볼장이 보인다. 게이트볼장은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된 듯 잡초가 무성하다. 거기에도 컨테이너 박스가 설치돼 있었다. 더군다나 사용도 하지 않는 게이트장에 롤러 2개가 녹이 쓴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왜 치우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8단지 농협 건널목에 열쇠 수선용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이해하려고 했지만 옆에 자판기가 녹슨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요즘 곳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자판기 이용자가 없어서인지 자판기 기능을 상실한 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중앙공원 곳곳에는 빈병과 캔이 널부러져 있었다. 쓰레기통 주변에는 누가 갖다 버렸는지 폐지와 헌 신발 부서진 우산대 등 갖가지 쓰레기들이 비에 젖은 상태로 지저분하게 늘려있었다.
경기도립도서관 어린이실 옆 등나무 벤치에서 담배를 피는 행인들의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 곳은 아이들이 수시로 지나가고 드나드는 공공장소다.
과천시는 공무원들의 관사사용에 대해 "시에 거주해야 애착도 생긴다"고 해명했다. 최소한 수십명의 공무원이 과천에 거주하는 게 분명한데 그들의 눈에는 중앙공원의 허술한 관리실태가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어차피 리모델링 할 거니까 그 때 한꺼번에 하겠다고 미뤄놓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은 바로 바로 치우는 게 시청에서 해야하는 기본적 업무가 아닐까.
제보자는 수차례 시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는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천시의 중앙공원은 행정부재의 현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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