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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16) 지지율 최고기록자 룰라 몰락을 보며
  • 기사등록 2018-04-09 16:00:35
  • 기사수정 2018-04-11 10: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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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77) 전 한국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9일 지구 반대편에서 룰라(73) 전 브라질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한국과 브라질은 전직 대통령의 불운에서 유난히도 닮았다. 참 공교로운 일이다.

작은 차이를 찾자면 한국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지만 브라질은 첫 경험이다. AP통신은 “브라질 현대사상 감옥에 가게 된 첫 전직 대통령이 12년의 징역형 중 첫째 날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 퇴임 시 87%라는 경이적 지지율을 기록한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구속 수감에 앞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후임자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나 룰라의 후임자 여성 지우마 호세프(71)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도 두 나라의 유사성을 높인다. 여기서도 차이는 있다. 호세프는 탄핵만 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탄핵에다 24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브라질 민심이 우리보다 따뜻해서인가. 우리나라는 그의 24년형도 적다는 사람이 48%라는 여론조사가 그제 나온 적이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는 부패다. 대통령 재직 시 저지른 혐의가 드러났다. 지난 2009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럼에도 불구속 재판에서 12년 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룰라는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했지만 연방대법원이 기각해 수감됐다.

돈 하고는 담을 쌓아야 할 좌파 지도자 룰라의 몰락은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룰라는 구두닦이, 철강 노동자 출신이다. 2002년 대선에서 브라질 사상 첫 좌파 정권을 탄생시키고 남미에 좌파바람을 일으킨 좌파의 상징이다.

그는 좌파답게도 재직 시 지지층에 ‘가족 수당’ 명목으로 현금을 직접 뿌렸다. 인구의 4분의 1인 5000만명에게 23~178달러를 매달 주었다. 예산이 부족해 나라를 지키는 전투기를 사기 위해 편성된 예산을 깎았다.

최저 임금도 지속적으로 올렸다. 끊임없이 부자증세도 했다. 그러면서도 과감하게 좌우협치를 통해 중도 실용노선을 걷고 국가부도에 처한 경제를 회생시켰다.

이 덕에 2010년 퇴임 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무려 87%였다. 지금까지 세계 어느 지도자보다 높다.


▲ 9일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

높은 인기를 누린 룰라가 부패혐의로 수감되다니 부패 앞에는 좌우파가 없다는 어떤 진리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어쩌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절제력을 잃었기 때문일까. 브라질과 한국이 닮았다고 하니 한국의 정치지도자들도 긴장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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