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양보론’ 프레임으로 초반엔 이득 보지만 선거전 들어가면 큰 효력 없을 것―
중도보수적 입장 견지하고 문재인 정부 강하게 견제해야 지지자들 결집 가능―
김문수와 고령자층 지지세 나누면 고전 못 면할 듯 ―
"저는 진짜의 시대, 혁신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한 가지 분명한 약속을 드린다.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을 서울시에서부터 혁파하겠다.“
은인자중하던 안철수가 정치생명을 걸고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5·9 대선에 이은 1년만의 공식등판이자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양보 후 7년 만의 서울시장 도전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등장으로 613지방선거 판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정치적 파장이 큰 것을 보면 거물은 거물이다.
안 위원장의 출마 선언 장소는 서울의 중심인 시청 앞 서울시의회이다. 극중주의, 즉 중도지향주의자인 그가 서울시 한가운데서 내는 출사표는 의미가 크다. 박 시장과의 정면 승부를 위해 서울의 가운데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 측은 "안철수 위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경우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공언한 대로 시민의 대표 기관인 서울시의회에서 출마선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의 등판으로 가장 긴장하는 곳은 아무래도 박원순 현 시장측이다. ‘통 큰 양보론’이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주요 프레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지만, 50% 넘는 높은 지지율에도 아무런 조건 없이 5% 지지도의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
'양보론'은 안 위원장의 입이 아닌 여당의 서울시장 도전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박 시장이 안 위원장에게 밀린 빚을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안 위원장 출마로 박 시장에 매우 불편해지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도 "자신은 박 시장과 달리 안 위원장에게 빚진 것이 없다"며 ‘통 큰 양보론’ 프레임에 가세했다.
박 시장은 이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해 부심한다. 그래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과 가는 방향이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양보를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반에는 이 프레임이 작동돼 지지도에서 안 위원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역량과 노선, 조직력과 인물 됨됨이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실전결과와 여론조사를 보면 안 위원장의 잠재력은 강하며 이번 선거에 통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9 대선 때 전국 21.41% 득표율을 기록한 안 위원장의 서울시 득표율은 전국보다 1.3%포인트 높은 22.72%였다. 지난달 11일 중앙선데이에 보도된 여론조사에서도 박 시장은 안 위원장을 포함한 한국당과의 3자 대결에서 1위를 기록했다. 입소스 코리아가 지난 7일 서울 거주 성인 858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을 한 결과에서도 박 시장은 안 위원장과 양자대결에서 58.4%의 지지율로 안 위원장(30.5%)의 지지율을 앞섰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 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그러나 이 여론조사에서 감안해야할 것은 당 지지도. 민주당이 50%를 상회하며 10%도 안 되는 바른미래당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안 위원장은 당지지도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관건은 보수적인 50,60대의 지지세 흡수다. 젊은 층은 아무래도 진보적인 박 시장에게 쏠림현상이 있다. 한국당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공천하는 것은 태극기부대 지지자뿐 아니라 60대 이상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안 위원장이 중도보수적 입장을 분명하게 취하고 문재인 정부의 독선 독주를 견제할 때 보수층은 안 위원장으로 마음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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