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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139) 공안검사와 운동권, 30년만의 리턴매치 -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여권 586그룹 감정대립 대신 미래 두고 경쟁해야
  • 기사등록 2019-04-23 12:48:53
  • 기사수정 2019-04-25 16: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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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황교안 대표와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은 공안검사와 국보법피의자로 만났다.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 전 실장은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990년 12월 26일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 담당 검사가 황교안 당시 서울지검 공안2부 검사였다. 

최근 운동권 출신 여당 정치인들이 황교안 대표를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연 것은 이런 황교안-임종석의 악연과 무관하지 않다.

황 대표가 지난 20일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대변인과 대북 구걸외교 중단하라” 등을 공개언급하면서 대립전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우상호 의원은 30년 전 임종석 전 실장의 구속을 거론하며 "(황 대표의 ‘김정은 대변인’ 발언에) 아마도 임 전 실장이 가장 파르르 떨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2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을) '빨갱이'로 매도했다"며 황 대표를 향해 "개버릇 남 못 준다"고 험구를 쏟아냈다. 그는 "황교안이라는 사람은 80년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 할 때 민주화 운동가를 '빨갱이'로 둔갑시켜 감옥에 보내서 출세하고 오늘날 국무총리까지 한 사람이다, 용서가 안 된다. 버릇을 고쳐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부의장 출신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출마명분을 ‘황교안 타도’에서 찾았다. 이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발언에 대해 21일 출마회견에서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다. 극우정치에 맞서고, 민주주의의 순조로운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밤 페이스북에서 "과거의 행위자들 중에 일말의 성찰이나 반성은커녕, 아직도 녹슨 색깔론을 꺼내 흔들며 과거를 쫒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부끄럽고 개탄해야 할 일"이라며 황 대표를 겨냥했다. 임 전 실장은 "우리 역사에 국민의 사생활까지 함부로 감시하고 마구 잡아들이고 고문까지 서슴지 않았던, 공안통치라 불렸던 야만의 시절이 짧지 않았다는 사실,  많은 분들의 용기와 희생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여권 586그룹의 공세에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안검사 출신이어서 현 정권의 이념적 편향성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유권자들이 선택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무덤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지나치다. 정권과 국회의 주류가 누가 되느냐는 시대정신에 따라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외신에 나온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30년 전 투옥사진.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30년 전 악연의 고리를 못 끊고 야당 대표에게 길거리에서나 쓸 감정적 언사를 늘어놓는 것도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오지랖 넓게 촉진자 중재자 하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 상황이니 야당 대표의 비판을 입에 좋은 쓴 약이라고 생각하는 포용력은 불가능한가.


한국의 미래를 놓고 경쟁해야할 여야가 30년 전의 공안검사와 운동권 시절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는 양식 있는 국민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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