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은 골프장에서 멀리건을 남발해 ’빌리건‘으로 불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을 발로 자주 차곤 해 ’골프장의 펠레‘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통령의 골프 사랑에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그린피야 본인이 낸다지만 경호비용이 엄청나다. 트럼프의 경우 취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우리 돈으로 900억원이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래도 트럼프는 주말만 되면 공군1호기를 타고 골프리조트로 향한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부시는 평일 근무만 마치면 칼같이 관저로 퇴근했다. 반면 놀기 좋아하는 클린턴은 퇴근 후 파티를 자주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생활 패턴은 비슷하지 않나싶다. 박 전 대통령은 낮이나 밤이나 거의 청와대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골프도 치지 않고 성격도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혼밥을 자주 한다는 것은 알려진 얘기다. 


대통령의 사생활을 길게 얘기하는 것은 최근 문 대통령의 ‘산불 5시간’이 정치적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밤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문 대통령은 오후 7시쯤 신문의 날 행사에 참가한 뒤 5일 12시 20분쯤 청와대 대책회의에 모습을 나타냈다. 일부 유튜버들이 이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해 온갖 의혹을 제기했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고발조치 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문 대통령의 5시간을 문제 삼는 것은 여러모로 지나치다. 큰 산불이 났지만 대형 인명피해가 난 세월호 사건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산불이 난 것은 일과 후 저녁 시간이므로 문 대통령이 음주를 하거나 혹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 해서 비난할 일이 아닌 것이다. 야간 비상 대처는 전문가들이 기민하게 대응하도록 일임해야 정상이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안보실장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일만 더딜 뿐이다.  


대통령에게 사생활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에게 공사 구분을 요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말을 끼우는 방식으로 연차를 내 휴가를 보내고 있다. 잘하는 행동이라고 본다. 사생활과 공적인 시간을 구분하는 노력을 해야 공사가 섞이지 않는 법이다.  

대통령과 가족이 청와대에 친구를 초청해 저녁을 대접하는 데 나랏돈을 쓰거나 개인 취미로 반려견을 키우면서 청와대 예산을 쓰지 않겠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 미국 언론과 의회는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선 보다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백악관 내에서 대통령 가족의 개인적인 비용 지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따진다. 우리도 미국의 이 같은 공사구분의 태도에 대해서는 배울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게 사적인 5시간의 행적을 물어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공적인 일이 새고 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그렇게 엇박자가 났는데도 잘 된 것처럼 포장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공적인 태도인지 물어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촉진자 중재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하자  야당이 “대한민국이 모욕을 받은 것”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는 게 공적인 태도인지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남편 것 25억원을 빼더라도 자신의 것만 6억원대의 주식을 (남편이)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런 이해충돌의 논란을 안고 과연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다. 또 있다. 앞선 정권의 다른 민정수석과 달리 조국 민정수석이 거듭된 인사검증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며 청와대를 굳건히 지키는 이유가 문 대통령의 사적인 인연 때문은 아닌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사적인 배경 때문이 아닌지 물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사적인 5시간에 대해서는 밝히진 않더라도 이 같은 공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좀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한다. 대통령의 공적인 공간과 시간, 업무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보다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진보진영에서 못마땅하게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사구분은 철저하다. 그가 공적인 질문에 대해 답변을 꺼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 칼럼은 4월19일자 에너지경제신문 전문가 시각난에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issuegate.com/news/view.php?idx=458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