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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림청 특수진화대의 그을린 마스크, 그리고 절절한 호소
  • 기사등록 2019-04-09 15:37:50
  • 기사수정 2019-04-09 21: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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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일 속초 고성 동해 산불이 번져나갈 때 전국에서 모인 소방관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수 있었다. 모두가 영웅이지만 누구보다도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인 사람들은 산림청 특수진화대일 것이다.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소속 안창영씨가 최근 페이스북에 특수진화대의 애환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6일 글을 올려 산불 진화의 특수성을 말해주었다.

“많은 분들 염려 덕분에 무사귀환 했습니다. 그런데  산속에서 밤새 산불을 끄는 건 거의  우리 비정규직 산림청 특수진화대인데 언론에 나오는 건 대부분 정규직 소방관이더군요. 소방관 처우가 열악한 문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 산림청 계약직 노동자들은 훨씬 더 열악합니다. 마스크를 써도 불길이 거세지면 연기를 많이 마시고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까맣게 불탄 나무들처럼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속도 까맣습니다 ㅠㅠ.”


그러면서 까맣게 속이 그을린 마스크 사진을 올렸다. (아래 사진) 

이 사진과 글을 본 사람들은 “슬프다”“장하다”“국가가 지켜줘야 한다”는 등 댓글로 호응했다. 



안창영씨는 이틀 뒤 8일 오후 다시 글을 올렸다. 이번엔 자신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부의 임시방편적 조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안씨는 “작년 산불특수진화대를 처음 시작하고 열흘도 안 되어 삼척산불 출동했을 때 입니다. 이때 산불을 끄기 위해 한밤중에 가파른 산을 오르다가 어둠속에서 수시로 굴러 떨어지는 돌을 미처 피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다쳤었습니다”며 “저도 그때 커다란 수박만한 돌덩이를 가슴에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그 돌이 조금 더 위로 튀어 올라 머리를 맞았다면 저는 지금 이 글을 쓸 수 없었겠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산불특수진화대의 작업환경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시작했다. 

안씨는 이어 “다시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이번 옥계산불 출동 이후에 올린 글을 보고 많은 언론사 기자분들이 연락을 주셨는데 일일이 취재에 응해드리지 못했다”며 산불특수진화대의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산불특수진화대에 대해 ▶10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일하면서 고용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언론보도이후 산림청에서는 산불특수진화대를 두 배로 늘리고 장기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한다 ▶산불특수진화대 처우개선 없이 저희 같은 비정규직을 더 늘리겠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예산이 없어 장기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하겠다는 것은 쌀로 밥 짓는다는 말처럼 하나마나한 뻔한 얘기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입장을 정리해 밝혔다.


안창영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는 이어 “몇 년 전 국정감사에서 어느 의원이 산불이 잘 안 나는 여름에 산불특수진화대를 운영하는 것은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질의를 한 것을 보았는데 이 의원은 산불특수진화대에 대해 1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들의 주요 업무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그는 “저희는 일 년 내내 쉴 틈 없이 일을 합니다”라며 ▶산불진화훈련과 산불예방순찰 활동은 수시로 하며 ▶봄에는 논밭두렁 소각행위 단속, 불법 임산물채취자 단속 및 입산자 통제 ▶여름은 산사태 예방, 임도 및 등산로 주변 풀베기와 잡목제거 그리고 산불감시초소 및 임도차단기 보수작업 ▶가을은 농업폐기물 및 고춧대 깻대 수거 등 인화물질 제거작업 등등 이외에도 대민지원사업,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시설지원활동 등을 열거하고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라고 밝혔다.

안 씨는 “이번 동해안산불로 수백채의 가옥이 불타고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습니다. 올해 뿐 만아니라 동해안지역은 매년 대형 산불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합니다”라며 “사고 후에 드는 엄청난 복구비용에 비해 전국에 몇 안 되는 산불특수진화대를 계속 운영하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이나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올해 정부에 세금이 많이 걷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도 매달 받는 월급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냅니다. 그렇게 많이 걷힌 세금 중에 저희 같은 비정규직노동자를 위해 쓸 돈은 없는지 누구를 위해 세금을 쓰는지 정말 궁금합니다”라며“저희는 정규직공무원 시켜달라는 거 아닙니다. 그냥 지금 하는 일 계속 좀 하게 해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고 무리한 요구일까요? ”라고 물었다. 


절절한 이 질문에 대해 국회와 정부에서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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