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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12) 이효리가 미안해할 일 아니다
  • 기사등록 2018-03-30 16:03:58
  • 기사수정 2018-04-08 19: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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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이색적 장면은 연예인의 대통령 행사 참석이다.
김미화는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방미 때 동행해 워싱턴교민 간담회 사회를, 개그맨 김영철은 한 달 뒤 독일순방 때 독일교포 간담회 사회를 봤다. 두 사람은 특유의 입담으로 딱딱해지기 쉬운 대통령 행사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장에서 김미화를 꼭 껴안고 있다.


이번엔 가수 이효리가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엄숙한 제주 43사건 70주년 기념식 사회자다. 제주도민의 아픈 고통과 역사를 나레이션한다고 한다.
이효리의 시크한 표정과 건조한 말투가 나레이션에는 나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효리의 손을 꼭 잡고서 등장하는 이벤트도 할 수 있다. 열렬 지지자들의 가슴이 콩닥콩닥 뛸 것이다. 측근 탁현민의 머리에서 나왔을 것이다.

▲ 김영철이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했다. 김영철은 공군1호기 전용기를 타봤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주최자의 입장일 뿐, 행사의 주빈인 유가족이 반대해 논란이 커진다.

이효리의 팬카페에 자신을 희생자 유가족이라고 밝힌 사람이 " 희생자와 유족들이 경건히 조용히 치르기를 원하는 자리입니다. 유족의 한 사람으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몸이 떨리고 가슴이 아픕니다"라며 "고령의 병환을 앓고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조용히 경건히 돌아가신 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오려 합니다. 제발 연예인들 참석하지 마십시오. 광복절 행사가 아닙니다. 3.1절 행사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사람은 이효리에게 "당장 철회하시고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 가수 이효리. 피해자 유가족이 기념식 사회를 자제해달라고 해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이효리가 사회 본다는 사실은 3월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8'에서 알려졌다. 김제동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사회를 본다고 하더라"고 건네자 관객석의 이효리가 "제주도에 살며 민박도 하고 제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뭔가 나도 제주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효리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친구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국가권력에 의한 주민 희생”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는데 문 대통령은 4·3 사건의 국가기념식 사회자를 두고 피해자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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