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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129) 문재인 정부의 이상론자들 - 대외관계 현실주의적 국익 외교로 '외교 리스크' 최소화해야
  • 기사등록 2019-03-11 14:00:52
  • 기사수정 2019-03-12 15: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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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가면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뿌듯해진다. 공항에서부터 호텔, 관광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라면 거의 다 통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의 힘일 것이다. 장년 세대들은 20~30년 전 해외서 “재퍼니즈?” 혹은 “차이니즈?” 라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많다. 코리안! 이라고 답하면 “노스코리안?”이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개인적으로 30여 년 전 영국 런던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올라가며 파란을 일으켰는데 그 영국인이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한 때 여러모로 북한보다 못했고 축구도 마찬가지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나라가 남동쪽 바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 굴지의 경제력을 키운 것은 기적이다. 미국과 손잡고 안보를 지키면서 경제를 키운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은 현실주의적 외교노선이라는 점 또한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전 정책실장. 



우리 역사에서 외교가 국민과 나라를 죽인 경우를 찾자면 수두룩하다. 일본이 침략의 칼을 가는데도 지도자의 얼굴이 원숭이처럼 못 생겼고 무식하다는 이유로 방심한 결과는 참혹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칼자루가 명에서 청나라로 넘어가는 데도 ‘재조지은’ 운운 하다가 왕은 강화도, 남한산성으로 도망가고 민초들은 도륙됐다. 어리석은 주변국과의 관계가 얼마나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지는 이처럼 역사가 생생하게 가르쳐 준다. 


최근 한국의 외교, 좁게 말하면 대외관계가 위험한 길로 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 정부의 외교는 일본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눈을 홀기고 중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눈치를 살핀다. 외교장관은 중국의 국장급이 “미세먼지는 과학의 문제”라고 훈계성 발언을 늘어놓아도 반박하지 않는다. 이도 모자라 경제정책 실패로 낙마한 경제이론가를 주중대사로 기용했다. 그뿐 아니다. 중국대변인처럼 “사드배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한 사람이 통일장관에 등용됐다.  


‘대한민국보다 북한이 먼저냐’라는 우리 내부의 비판은 새삼스럽지 않다. 문제는 해외의 우려스러운 시선이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최근 기사 제목은 ‘문이 북한 핵 제안을 칭찬하고 트럼프와 갈라섰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 모색 등 남북경협방안을 강조하는 등 다른 길을 간다는 보도였다. 


 회담 결렬 후 여권 인사들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대통령에게 통일외교를 자문하는 한 원로는 백악관의 볼턴 보좌관에 “재수 없다”고 화풀이하는가 하면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한 여권 인사는 하노이 회담 결렬이 “일본 아베 총리 때문”이라고 눈에 쌍심지를 켰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개혁군주라고 평가했던 것이 허위로 드러날까 두려워서인가. 

 

북한이 회담 결렬 이후 동창리 미사일기지 복구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담담타타’ 전술의 흐름이 분명하다. 그들은 미국과의 게임을 벌이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 스크럼을 짜고 오로지 미국과 맞상대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제 편이라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듯 북한이 가는 길은 문 정부가 기대하는 길과 다르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뜨거운 가슴을 열어보여도 김정은 위원장이 외면하면 엇박자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병자호란은 1636년 청나라가 9년 전 정묘호란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선에 침입해 일어난 전쟁이다. 인조는 청 태종 앞에서 무릎을 세 번 꿇으면서 아홉 번 이마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를 하였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산천초목을 피로 씻어내야 했던 조선은 그로부터 400여년 뒤 일본에 다시 나라를 내줬다. 우리가 현실적이고 냉철한 국익 외교노선을 철저히 지켰다면 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남의 손에 맡기는 비극을 되풀이해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론자들이 너무 나대면 나라 안팎이 위태로워진다. 감정과 자존심을 다 세우고 대의명분과 민족주의만으로 나라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개인의 민족주의적 열망을 누가 탓하랴마는 나라의 외교는 엄혹한 현실세계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칼럼은 에너지 경제의 3월11일자 '전문가 시각'에 '외교 리스크'라는 제목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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