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도 국경장벽 설치 예산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민주당은 효력정지가처분소송을 내기로 해 미국 정국이 경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벽 설치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관련 서류에 서명했다고 밝힌 뒤 "국경장벽은 선거 공약이라서가 아니라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필요하며 범죄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하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약 6조4382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13억7500만 달러(약 1조5500억원)의 장벽예산자금이 담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는 이 예산안은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예산안의 장벽 비용을 포함해 총 80억 달러(약 9조원) 정도의 장벽 예산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 군 건설 예산 35억 달러(약 3조9500억원), 마약 차단 프로그램 예산 25억 달러(약 2조8200억원), 재무부 몰수 기금 6억 달러(6800억원) 등을 장벽 예산으로 돌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각오하고 있다면서 "슬프게도 우리는 고소당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행복하게 우린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전쟁 등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위기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포할 수 있다.
1976년 만들어진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은 비상 상황 하에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의회가 결의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사태를 끝낼 수도 있다. 이 법이 나온 뒤 아직 의회가 권한을 행사한 적은 없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경우는 자연재해 상황을 제외하고도 부시의 2011년 9·11테러, 오바마의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트럼프의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확산 때 등 58회나 된다.
하지만 국경장벽을 위한 비상사태의 기준을 두고 의회에서 비판이 거세 정국이 소란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가 미국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지만 최근 20년 동안 불법 이민자들의 수는 감소세를 보이는 등 상관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는 부족하다.
민주당이 연방대법원에 비상사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내는 등 법률전으로 일단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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