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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격 (10) 도쇼쿠에서 만난 기다림의 승부사(1-1)
  • 기사등록 2018-12-14 18:14:17
  • 기사수정 2018-12-14 18: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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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알고 싶으면 닛코(日光) 도쇼쿠(東照宮)를 둘러볼 만하다. 도쇼쿠에 가면 16세기 초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날 수 있다. 도쿠가와는 현대 일본 기업인들이 최고로 뽑는 지도자다. 그는 별명이 너구리인데 음흉하면서도 인내심이 강했다고 한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오다 노부나가는 죽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게 만들었다. 그러나 도쿠가와는 기다렸다. 도쇼쿠에서 도쿠가와의 인내심을 확인한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된다.” 그의 유훈이다. 도쿠가와는 오랫동안 2인자로 지내며 기다림의 승부를 벌였다. 오다는 과격성으로 측근에게 살해당했고 도요토미는 자만심 때문에 영광이 당대에 그쳤다. 

                  

도쇼쿠 건물엔 원숭이가 부조돼 있다. 귀 막고 입 닫고 눈을 가린 모습이다. 2인자로서 역경과 고난의 세월을 인내심으로 이겨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2~1616)를 상징한다. 도쿠가와는 "듣는 것은 천하의 귀, 보는 것은 천하의 눈이어야 한다. 여기에 천하의 마음이어야 선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귀 막고 입 닫고 눈 가린 도쇼큐 궁의 원숭이들. 

오랜 세월 2인자로 지낸 도쿠가와는 1600년 세키가와라 전투에서 토요토미 세력을 진압한 뒤 61세인 1603년 초대 쇼군(將軍)에 등극했다. 인종과 굴욕의 생활을 청산하고 일본의 최고 권력자가 된 것이다. 

도쿠가와는 쇼군이 된 뒤 "나는 무력으로 천하를 손에 넣었지만 문장으로 다스릴 것이다"고 다짐했다. 무사들이 판치는 곳에 문치를 선언한 것은 통찰력을 떠나 보통 뚝심이 아니다. 

아들 중에 후계자를 고를 때는 용맹한 아들보다는 포용력이 있는 아들을 골랐다. 3남 히데타다를 후임자로 결정하면서 측근들에게 " 무(武)로써 천하를 위압하기 보다는 문(文)을 장려하고 덕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고 적합하다"고 말했다. 

권력의 속성은 독점욕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이 벌어진 게 동서고금의 역사다. 그러나 도쿠가와는 에도막부의 성공을 위해 아들에게 최고 권력자 자리를 과감하게 물러주고 일선에서 한 발 비켜났다. 쇼군이 된 지 2년4개월 만이다. 그의 나이 63세였다. 

현대 기업관점에서 보면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권한을 위임하고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회장으로 올라간 셈이다. 그는 회장이 된 뒤 죽을 때까지 13년간 에도막부라는 회사의 번영을 위해 주력했다. 

도쿠가와는 자신의 근거지인 에도성을 대대적으로 증축한다. 늪에 잡풀만 가득한 에도에 권력의 위세를 과시하는 건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이묘(大名, 넒은 영지를 소유한 무사)들이 대거 동원됐다. 가족들은 에도성 주변 주택에 인질로 잡아 두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에도성은 도쿄의 상징이 된다. 도쿄 관광객들이 한 번씩은 들러 사진을 찍는 곳이다. 

이어 후임자를 위해 장애물을 뿌리째 뽑았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세력은 당시 철옹성 오사카성에 진치고 있었다. 두고두고 권력관리의 화근이 될 수 있었다. 도쿠가와는 눈 감기 1년 전 오사카성을 쳤다. 토요토미의 자손은 자결했다. 마침내 모든 적을 평정했다. 

오사카성을 함락한 뒤 도쿠가와는 "무기를 창고에 넣고 자물쇠를 채운다"는 의미의 '겐나 엔부' 선언을 했다. 

측근들을 관리하면서 힘과 돈을 함께 주는 것은 어리석다. 소수에게 두 가지가 집중되면 남용하게 되고 끝내 부패하기 십상이다. 다수가 시기하고 불만을 품게 된다. 도쿠가와는 다이묘를 2원체제로 관리했다. 꽃과 열매를 동시에 주지 않았던 것이다. 꽃은 권력이고 열매는 돈이다. 그는 중앙무대에서 자리를 얻은 자에겐 급여를 박하게 주었다. 지방으로 내보낸 자에겐 많은 돈으로 보상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해온 자에겐 꽃을 주었고 나중에 귀순한 자에겐 요직에 앉히지 않는 대신 많은 열매를 주어 섭섭지 않게 했다. 

권력관리에 성공한 도쿠가와는 죽은 뒤 도쿄에서 반나절 거리인 닛코(日光) 국립공원의 도조(東照)궁에서 도쿠가와 집안의 265년 권력유지 과정을 지켜보았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접시꽃을 도조궁에서 발견한다. 접시꽃은 도쿠가와家의 문양이다. 접시꽃은 중국이 원산지이나 한국과 일본에서도 많이 자란다. 도종환은 "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 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 ..." 라고 애절하게 읊었다. 접시꽃은 일본에선 권력의 표상이지만 한국에선 슬프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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