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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란 테헤란의 미국대사관 직원 90명이 인질로 잡혔다. 파견된 특수부대는 작전에 실패하고 미국인 8명이 피살됐다. 미국인들은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었고 지미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전직 대통령 카터는 1981년 시골 마을의 옛집으로 돌아간 뒤 결심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충만하고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것이다.” 카터가 쓴 수필집 ‘아름다운 노년(SHARING GOOD TIMES)’에서. 


지미 카터(1924~)는 현직에서는 실패했지만 가장 성공적인 전직 대통령에 올랐다. 대통령에서 퇴임하자 엔지니어 출신답게 빈민층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에 동참했다. 카터 센터를 설립 해 전 세계 분쟁 현장에 뛰어들었다. 퇴임 21년만인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갈등과 분열을 먹고 사는 정치세계와 작별한 뒤 사회사업과 인권운동에 전념한 결과다. 

91세이던 2015년 건강에 위기가 찾아왔다. 간에서 암이 발견돼 뇌로 전이됐다. 카터의 병은 위중했다. 8월초 수술로 간암세포를 모두 제거했다. 하지만 뇌에서 4개의 새로운 흑색종이 발견됐다. 암이 다른 장기에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즉각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완전히 편안하다”는 말과 함께. 카터는 검증되지 않은 신약 치료에 동의했다. 흑색종 치료약 키트루다(Keytruda) 를 투여받았다. 

그해 8월20일 미국민 앞에 서서 기자회견을 했다. 카터는 45분가량 기자회견을 했다. 중환자답지 않게 환한 웃음과 쾌활한 모습이었다. 유머를 섞어가며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청바지에 재킷 차림이었다. 카터는 "이제 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결과가 오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카터는 MRI 검사 후 뇌로 종양이 전이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느낌을 담담하게 피력했다. "그날 밤 '이제 살날이 몇 주밖에 안 남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어 "나는 멋진 삶을 살았고, 수천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즐겁고 기쁜 생활을 누렸다. 놀랍게도 난 아내보다 훨씬 더 편안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살면서 가장 후회된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농담하듯 대통령 재선 실패를 꼽았다. 카터는 대통령 재임 시절 이란의 미국 인질 구출작전에 실패한 것을 꼽으면서 "헬리콥터 한 대를 더 보내고 싶었다. 그랬다면 우리는 인질을 구하고 나도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카터는 “암이 더 나빠지면 (죽을 날이)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좀 더 감성적이 된다”며 새 집을 얻은 사람들에게 집 열쇠와 성경을 넘겨줄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말했다. 

카터 부부는 매년 한주씩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조나단 렉포드 해비타트 대표는 “카터 전 대통령은 암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며 “그는 집중력이 높고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카터는 4개월 뒤 12월 6일 암이 완치됐다고 발표했다. 대국민 성명서에서 “최근 찍은 뇌 자기공명 영상장치(MRI) 사진에서 당초 있던 암 병변이 포착되지 않았으며 새 병변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터는 “교회에 있던 모든 사람이 기쁨에 겨워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말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18년11월30일 타계했다. 전 국민이 그의 애국심과 품격, 헌신과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부시는 카터와 마찬가지로 1924년생이다. 부시의 생일은 6월로 카터보다 4개월 빠르다. 암을 이겨낸 카터는 부시 장례식장의 제일 앞줄에 앉아 있었다. (사진 오른쪽 )


카터는 위대한 전직 대통령답다. 공인의식이 철저한 그에게서 경외감이 느껴진다. 생의 마지막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낙관과 긍정의 유머를 잃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이 같은 삶에 대한 겸허한 태도는 인상적이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전직 대통령이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사실 그대로 공개한다. 미국의 전통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전직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희로애락을 같이 한다는 책임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미국의 힘은 이런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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