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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 현 대통령 네 부부가 자리를 함께 하다...국가통합의 장례식장 - 아들 부시 "쇼트게임과 춤 실력 형편 없어" 숙연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추도…
  • 기사등록 2018-12-06 07:54:22
  • 기사수정 2018-12-06 12: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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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맨 앞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버락 오바마 부부, 빌 클린턴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자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옆 좌석의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볍게 악수를 했다. 트럼프는 클린턴뿐 아니라 카터 전 대통령에게는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는 미셀 여사와 악수하고 힐러리 여사와는 눈인사를 나눴다. 냉랭한 찬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이들은 품격과 예절을 잊지않으려고 애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앙숙이다.지난 중간선거에서 대척점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맞섰다. 힐러리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여사에 대해 모욕적 표현으로 맹비난을 해왔다. 이에 대해 카터도 트럼프를 비난해왔다. 서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래도 이들은 같은 줄에 앉아 고인의 위대한 삶을 추모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이 없었다면 이처럼 전현 대통령 부부들이 한 자리에 앉아 있는 장면 자체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한순간이나마 국가통합의 장면이 만들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 참석에 앞서 트위터 계정에 "이것은 장례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뛰어난 삶을 살아온 위대한 인물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가 그리울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 클린턴 전 대통령 내외, 카터 전 대통령 내외(왼쪽부터).사진=외신 


지난달 30일 향년 94세로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엄수됐다.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이날 미국 증시가 휴장됐다. 

장례식은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해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유해는 미 정부 관례에 따라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지난 사흘간 안치됐던 미 의사당에서 국립성당으로 운구됐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거쳐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했던 딕 체니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전·현직 고위 관료들도 함께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존 메이저 전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요르단의 압둘라 2세 왕과 라니아 여왕,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고인의 유해는 6일 텍사스에 있는 조지 H.W.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된다. 한국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 


고인에게 바치는 조사(弔詞)는 4명이 낭독했다. 부시 전기를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을 시작으로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에 이어 마지막에 고인의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나섰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는 낙관적인 태도로 자녀들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게 했다"면서 부친과의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 금요일, 아버지가 사실 날이 몇 분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었습니다…저는 '아버지, 사랑해요. 당신은 아주 멋진 아버지(wonderful dad)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나도 사랑한다'였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 낭독을 위해 단상에 올라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아버지, 우리는 정확하게 그리고 그 이상으로 당신을 기억할 것이고 그리워할 것"이라며 "당신의 품위, 성실, 친절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또 "역사는 아버지를 위엄있고 명예롭게 직무를 수행한 위대한 인물이자 신사로 기록할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그는 "아버지는 3살 때 백혈병으로 죽은 딸(로빈)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그를 안아주고 싶어했다"라면서 "지난 4월 어머니(바버라 부시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사진)은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행적을 유머러스하게 전해, 장례절차로 숙연하고 무거운 공간에 웃음이 번지게 했다. 그는 "아버지는 10대에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죽을 뻔했고, 몇 년 뒤 군 복무 시절에는 구조대원들이 자신을 찾길 기도하며 태평양에서 혼자 구명보트를 타고 있기도 했다"며 "신은 그 기도에 응답했는데 조지 H.W. 부시에 대한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41대 대통령이 될 운명 때문에 두 번이나 '젊어서 죽을' 기회를 놓쳤다는 의미다.

또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그의 (골프) 쇼트 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다. 이 남자는 채소를 못 먹었는데, 이 유전적인 결함은 우리에게 전달됐다"고 말해 추모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문 말미에는 가슴이 뭉클해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르며 "슬픔 속이지만 이제는 웃읍시다"라며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마치고 내려오며 아버지가 잠든 관을 손으로 두 번 두드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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