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권력에 취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엄중하게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다. 살인행위로 다른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말할 때 가장 가까이서 들은 사람이 의전비서관 김종천(50)이다. 그는 대통령의 문고리다. 대통령을 잘 모시려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하고 술까지 마시고 거기에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말라는 음주운전까지 했다. 대통령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지 않고는 이럴 수가 없다.
더구나 그는 임종석 비서실장 최측근이다. 임 실장은 최근 국정원장과 국방장관, 통일장관을 대동하고 선글라스를 쓴 채 최전방 부대를 시찰해 ‘2인자 행세 하느냐“라는 구설에 올랐다.
무언가 씌지 않고 이럴 리 없다. 야당에서 “청와대 기강이 술에 만취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전혀 지나치지 않는다.
바늘과 실 같은 임종석 실장과 김종천(오른쪽) 전 의전비서관.
임종석과 김종천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임종석 실장과 한양대 동문인 김종천은 학생운동 때부터 임 실장과 호흡을 맞췄다. 김종천은 임종석이 이사장으로 있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전략기획위원을 지냈다. 임 실장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할 때는 서울시 정무보좌관으로 함께했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임종석이 후보 비서실장, 김종천은 선거대책위원회 정무팀장이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자 임종석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되고 김종천은 그 바로 밑 선임행정관으로 발령이 났다. 문 대통령 첫 의전비서관 송인배는 ’댓글조작 사건‘ 드루킹 김동원씨에게서 현금 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문 대통령 곁에서 떠났다. 그가 6월 정무비서관으로 밀려나자 김종천이 대통령의 문고리인 의전비서관으로 승진 발령 났다. 시중에서는 임종석 실장의 인사라고 수군댔다. 김종천 음주운전에 책임을 질 사람은 임 실장이 아닐까.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직원들이 업무추진비 카드로 심야시간대 술을 마신다고 고발한 게 얼마 전이다. 그 때 청와대는 “청와대는 24시간 근무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종천의 음주운전으로 그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 됐다.
요새 일반 회사원들도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술 마시는 경우가 별로 없다. 경기는 어렵고 생활이 힘들며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무슨 시간이 많고 무슨 돈이 많아 무박2일로 술을 마시겠는가.
김종천은 23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이어 종로구 효자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청운동 주민센터 앞까지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0시 35분쯤이었다. 그는 대리기사를 만나러 100m가량 몰았다고 진술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20%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차량은 청와대 관용차였다. 그 차에는 의전비서관실 여직원 두 명이 같이 있었다.
경찰은 문 대통령의 지시를 엄격하게 따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음주운전은 초범이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공식회의에서였다. 경찰은 재빨랐다. 연말까지 무기한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말 따로 행동 따로였다.
경찰은 김종천이 몬 차량에 여성이 두 명 타고 있었는데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처벌법에는 동승자의 음주운전방조죄에 대해 조사하게 돼 있다. 보통 국민이면 음주운전자는 귀가하기 전에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김종천은 현장에서 풀려났다. 김종천이 몬 차량 안에 다른 실세가 타고 있었다는 얘기가 그럴싸하게 나도는 것도 경찰의 봐주기 의혹 때문이다.
김종천은 직권면직됐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 결정했다. 임 실장은 사직서를 받았을 뿐인데 문 대통령이 단호하게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알았을까. 자신의 발밑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부다. 내각은 보이지 않고 모든 힘은 청와대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청와대 비서실에는 대통령의 말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비서실의 힘이 센 건가, 대취한 것인가. 문 대통령에게 던지는 국민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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