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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이상 인구가 정확히 몇 명인지도 모르는 대한민국 - ‹빽기자의 세상만사› (95) 노인의 날에 불거진 통계 부실
  • 기사등록 2018-10-02 17:13:41
  • 기사수정 2018-10-08 13: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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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22회 노인의 날을 맞아 100세를 맞은 전국의 어르신들에게 축하카드를 보냈다. 축하카드에는 "어르신의 100세 장수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적혔다.

 100세 이상 국민에게 대통령의 축하카드 발송은 처음이다. 미국과 영국은 대통령 부부와 여왕이 100세를 맞은 국민에게 생일축하카드를 발송하고 있다. 그걸 벤치마킹한 것 같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100세를 맞이한 어르신들에게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 지팡이인 '청려장'도 같이 증정했다. 


노인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악마가 숨어 있다. 통계의 대충주의 함정이다.

 대통령의 축하카드는 몇 명에게 전달됐을까? 제대로 전달됐을까? 답변은 부정적이다. 대한민국 통계를 믿을 수 없다. 기관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진=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22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다음과 같은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올해 100세를 맞이한 노인은 1343명이며, 100세 이상 총 인구수는 1만8505명(남자 4,253명, 여자 1만4252명) (주민등록인구 18.8월말 기준)”

이 자료를 토대로 문 대통령의 축하카드가 인쇄됐을 것이고 청려장 또한 그 수치에 맞춰 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가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와 큰 차이가 난다. 결국 대통령의 축하카드가 생존자에게 정확하게 발송됐는지 알 수 없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통계청이 8월27일 발표한 '2017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는 3908명에 불과하다. 2016년 3486명에 비해 422명(12.1%) 증가했다. 행안부가 조사한 주민등록 인구는 통계청이 집계한 인구 센서스보다 무려 4.73배나 많다. 


통계의 차이는 조사방법의 차이에서 나온다. 행안부는 “해마다 전국 읍·면·동에서 통장과 이장이 모든 가구를 방문해 조사하는 주민등록 일제정리에 근거한 통계여서 신뢰도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설명은 다르다. 통계청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에서 찾은 100세 이상 분들을 모두 만나 확인한 것이어서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통계청 조사방식이 보다 과학적이다. 주민등록 인구(거주자)를 바탕으로 100세 노인들 중 주민등록 나이와 상관없이 본인이 알고 있는 나이와 형제·자매 나이, 첫 자녀 낳을 때 나이 등을 별도로 조사한 내용을 세세히 검토해 발표한다는 것이다.


부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2일 노인의날 기념식이 진행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0세를 맞은 어르신에게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축하카드를 전달하고 청려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이 통계자료가 이리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전형적인 복지부동이다. 남아시아 국가도 아니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이렇다. 엉터리 통계를 방치하고 그걸 기준으로 국가행사를 진행하는가. 주민등록 일제정리와 센서스에는 엄청난 국가예산이 투입된다. 세금이 이런 데서 줄줄 흐르는 것은 아닌가? 


100세 이상 노인숫자는 전수조사를 해도 될 만한 소규모인데 여기서 이렇게 엉터리라면 다른 통계는 과연 신뢰가 가겠는가. 정부는 일자리 통계의 집계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통계청장을 바꾸는 법석을 피웠다. 하지만 정부 내 통계의 구멍은 이처럼 곳곳에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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