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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손에 손을 잡고 찾는 서울대공원의 호숫가 다리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다리 이름도 예쁘다. '미리내'라는 이름의 다리다. 다리 너머로 호수와 청계산을 바라보는 풍광이 환상적이었다. 그것을 가로막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했다. 파릇파릇하고 맑고 밝은 어린이 대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흉물은 2~3년 지나지 않아 철거되고 말았다. 태양광 패널이 사라진 지금은 그 다리 아래 호수의 수초와 뛰노는 물고기를 보고 아이들이 박수치고, 다리 너머 산의 나무와 푸른 색깔에 아이들이 좋아서 꺄르륵거린다. 

 서울대공원 입구의 미리내 다리. 태양광 패널이 철거된 뒤 호수, 청계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는 몇년 전만 해도 이 곳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내방객들의 원성을 샀다. 



씁쓸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서울대공원 입구의 주차장을 온통 태양광 패널로 덮겠다고 한다. 과천시민들은 곳곳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반대투쟁에 나섰다. 그 어디보다 이 곳을 찾는 어린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걱정된다. 어린이 대공원에 독성물질의 위험성과 안전성이 검증도 안 된 패널을 설치한다는 것은 미래의 동량인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자세가 아니다.
이치가 이런데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가 지난 27일 경향신문에 게재한 ‘태양광 입지 반대 유감’ 칼럼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억지를 부려도 유분수" 등의 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교수가 권력의 나팔수냐"며 윤 교수에 대한 인신공격을 가하는 소리도 나온다. 


 윤 교수는 칼럼에서 "우리 사회 에너지 전환이 더딘 이유가 발전시설 입지에 대한 사회적 갈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최근에 태양광시설 설치 예정지역에서 반대하는 것에 대해 해외사례에서 듣지 못했기 때문에 당혹스럽다"고 했다. 산림 훼손이 심한 경우는 이해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혐오시설인 양 반대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들어설 태양광 시설의 예를 들었다.
윤 교수는 "주차장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주장은 처음 듣는다. 주민 거주 지역으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고 이미 콘크리트로 포장된 곳인데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차장 태양광 설치 사례는 부지기수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면 편익에 더해 방문객인 아이와 시민들에게 생생한 에너지전환 교육 현장이 될 법했다 ” 고 썼다.


윤 교수의 글은 책상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시대착오적이고 궤변에 가득차 있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이 주택가와 초등학교에서 300m 이상 떨어져 있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 곳은 어린이날 뿐 아니라 주말이면  어린이들을 태우고 나들이 나선 차량으로 붐빈다. 어린이들이 300m 떨어진 거리가 아니라 1m 이내 거리에서 호흡하고 뛰노는 곳인 줄 진정 모르는가.

'이미 콘크리트로 포장된 곳'이라는 말도 환경을 가르치는 교수가 할 소리인지 의문이다. 콘크리트 대신 친환경적인 소재를 깔든지, 아니면 나무를 중간중간에 심어 그늘과 바람을 만들어주는 게 환경학 교수가 주장해야할 소리가 아닌가.


29일 서울대공원 입구의 주차장 주변에 걸린 태양광 패널의 위험을 경고하는 현수막. 뒤로 주차된 차량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옆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공원을 조성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복개한 청계천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다 들어내고 물이 흐르는 자연천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 친환경으로의 복귀는 이 시대의 추세다. 

그런데도 윤 교수는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역주행하고 있다. 환경학 교수가 어린이들 수십만명이 찾는 곳을 태양광 패널이라는 구조물로 덮자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윤 교수는 “과천시는 과천시민이 소비하는 전력량의 0.1%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 과천시민들도 이제 내 앞마당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야 할 때다 ” 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왜 서울대공원 주차장이 출발점인가 우선 윤 교수가 재직 중인 서울대 주차장과 건물 옥상, 서울시청 주차장, 광화문 광장, 한강고수부지, 서울능동어린이 대공원 등 서울 시내 설치 할 곳이 차고 넘친다. 윤 교수의 논리가 성립하려면 윤 교수가 사는 그런 곳이 출발점이 돼야 된다” 는 주장도 가능하지 않는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 어용교수를 많이 보긴했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의 문재인 정권에서 이런 칼럼을 볼 줄은 몰랐다. 상식적이고 논리적이며 정당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다니 윤 교수는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 못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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