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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김정은에 유리한 국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가치 없어” - VOA, “영변핵시설과 교환 카드 두고 한-미 동맹 갈등과 악영향 우려돼”
  • 기사등록 2018-09-20 15:55:47
  • 기사수정 2018-09-20 15: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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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4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 은하-3호 장거리 로켓이 발사대기 상태로 세워져있다. 북한은 19일 남북 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사진=VOA홈페이지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 개선을 환영하면서도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VOA(미국의 소리방송)가 20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은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등 폐쇄 역시 미국이 비핵화 절차에 따라 요구한 게 아니라 북한의 일방적인 결정이며,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 문제로 한-미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평양 9월 선언의 요지는 크게 세 가지인데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유관국 전문가 참여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쇄하며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 폐기 약속은 그동안 수차례 한 것이어서 아무 의미나 가치가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 발언도 김정은 위원장이 수차례 표현한 문구”라고 말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남북간 분위기는 개선됐지만 비핵화에 큰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임의적으로 결정한 행동 대신 제대로 된 협상에 따른 조직적인 비핵화 조치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조건으로 제시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향후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매우 강력한 조건을 제시할 것 같다”며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는 미-한 관계의 본질에 대한 것일 수 있으며, 주한미군 문제가 쟁점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영변핵시설 폐기 가격표로 미국의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그리고 평화 선언이 포함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이런 조치를 먼저 보기를 원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영변 핵 시설이 폐기돼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영변 외에도 무기화가 가능한 우라늄을 제조하는 시설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마이크 푹스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남북 관계는 좋아졌지만 비핵화에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요구 사항 중 하나는 종전 선언이 될 것 같다”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 역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이전에 어떤 양보를 할 수 있을지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과 한국이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다면 한국이 남북 관계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양국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역시 “영변 핵 시설 폐기 등이 이뤄진다 해도 북한의 핵 역량 자체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상황은 김정은이 의미 있는 중대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게 관건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전에 미-북 관계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터프츠 대학 이성윤 교수는 영변 시설 폐쇄와 관련, “김정은은 아직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벌써 6차례의 핵실험을 한 만큼, 추가로 실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이 1960년 김일성 때부터 핵 없는 한반도를 주장해왔다”며 “그의 손자인 김정은 역시 핵무력 완성을 위해 시간과 돈을 벌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김정은에게 속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이 직접 서명한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사일 시설폐기에 대해 외부 전문가 초청은 일종의 진전으로 보는 평가가 많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미사일 실험장 폐기 자체는 직접 참관하지 않아도 위성 등으로 볼 수 있어 참관이 무의미하지만 추후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에도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도록 하는 하나의 선례는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평가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긍정적인 길을 밟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또 비핵화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런 진전의 신호들은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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