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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냉장고는 차갑고 타락한 정치만 뜨겁다 - 봉성산(鳳城山) 門이 없는 門 허허당(虛虛堂)에서 박혜범(朴慧梵)
  • 기사등록 2025-10-08 17:07:43
  • 기사수정 2025-10-13 17: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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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이재명 대통령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국가전산망 마비 상황 속 예능출연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jtbc캡처


정치는 결국 신뢰의 예술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진정성이 빠지면 그건 장사꾼의 흥정일 뿐이다. 지도자의 품격은 말의 화려함이 아니라 정직함의 두께에서 비롯된다. 키가 170이든 190이든, 진실하게 서는 사람은 당당하고, 거짓으로 부풀린 자는 그림자조차 왜곡된다.


이재명의 키는 172cm, 트럼프는 190cm다. 두 사람의 차이는 18cm. 그러나 사진 속 두 사람은 거의 비슷한 키로 보인다. 각도나 렌즈 탓이라 둘러댈 수도 있겠지만, 정치란 결국 이미지의 싸움이다.


국민 앞에 설 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서지 못하면 그건 이미 연출이요, 쇼다. 키를 높이려는 욕망은 이해할 수 있어도, 그것이 허위로 이어질 때 신뢰는 무너진다. 정치인의 진심은 키의 높이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특히 국제정치 무대에서는 상대의 앞에서 얼마나 솔직히 서느냐에 달려 있다.


더 황당한 장면은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이었다. 불법 법인카드 사용으로 재판을 받는 부부가, 마치 평범한 가정처럼 냉장고를 열고 요리를 하는 모습이라니. 지자체장 시절 법카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는 사실을 국민이 다 아는데, 이제 와 냉장고를 열며 ‘가정의 미덕’을 연출하는 건 상식이 아니라 희극이다. 냉장고는 차갑지만,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만 뜨겁다.


정치인은 쇼맨이 아니다. 정치는 연출이 아니라 진심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국민은 금세 알아차린다. 국민은 화려한 쇼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진심으로 책임지는 얼굴, 사람 냄새 나는 정치인을 원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거짓의 향기’를 맡는다. 아무리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도, 그 냄새는 숨길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키의 크기가 아니라 깊이의 크기다. 속이 깊은 사람은 작아 보여도 크게 보이고, 얕은 사람은 아무리 커 보여도 볼품없는 난쟁이로 보인다.


오늘의 경제 대국 중국을 일깨운 등소평의 키가 157cm 몸무게 60kg였고, 등소평의 정치적 멘토였고 중국 경제발전의 모델이었던 박정희의 키는 165cm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치적 높이는 체구가 아니라 결단의 깊이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무리 큰 목소리로 외쳐도 공허할 뿐이다.


이건 단순히 한 정치인의 이미지 조작이 아니다. 국격의 문제이자 국민 자존심의 문제다. 지도자의 언행은 그 나라의 품격을 비춘다. 대통령이 진심 없이 웃고,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면, 그 거짓은 국가 전체의 불신으로 번진다. 국격은 외교 무대의 의전이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신뢰의 질감에서 세워진다. 진실을 잃은 정치는 국격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자긍심을 갉아먹는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믿게 하는 일이다. 국민은 완벽한 지도자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선 자리를 속이지 않는 사람, 꾸밈 대신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을 원한다. 키를 세우고 냉장고를 열던 그 연출의 정치보다 사람 냄새 나는 진짜 정치가 그립다. 국격은 진실의 그림자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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