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선바위에 위치한 K&L 뮤지엄은 8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동시대 한국 예술가 5인의 단체전 《시대전술: Tactics for an Era》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k&l 뮤지엄 제공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삶의 구조, 감각의 방식, 관계의 양상까지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오늘날, 예술가들이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감응하고 예술적 실천으로 응답하고 있는지 조망한다.
기술이 가져온 편의성과 가능성의 이면에는 고립과 불안, 인간관계의 해체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졌으며, 이와 같은 현실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제기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는 김명찬, 유아연, 요한한, 신민, 남다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단순한 관찰자나 비평자를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전략으로서 예술을 수행하는 ‘전술적 주체(tactical subject)’로 기능하며, 각기 다른 감각과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해석과 대응을 펼친다.
김명찬 작. K&L뮤지엄 제공
김명찬은 산업화된 회화 도구인 에어브러시에 인간의 손 떨림과 결함적 요소를 이식해 기계적 표면 위에 감각과 온기를 불어넣는다. 반복과 미세한 흔들림을 통해 매끄러운 시스템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그의 작업은, 비인간적인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적인 것’이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한다.
유아연의 설치 작업은 관객의 신체를 직접 호출하여 예술적 실천을 완성 시킨다. 기계적으로 설계된 조형물이 관람자의 손에 의해 움직이도록 구성됨으로써 감상은 행위로 확장되고, 관객은 수동적 존재가 아닌 능동적 개입자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예술과 자본주의 시스템, 신체와 권력의 관계를 물리적으로 되짚는다.
요한한 작. K&L뮤지엄 제공
요한한은 언어 이전의 감각적 교감을 탐색하며 몸의 움직임과 소리의 공명을 통해 단절된 소통 구조에 균열을 낸다. 기술 매체가 지배하는 질서 속에서 그는 가장 원초적인 신체의 언어로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신민은 일상에 내재된 불평등과 억압의 감정을 직관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귀엽고 매력적인 조각의 형상으로 직조해 분노, 소외, 좌절과 같은 감정들을 구체화한다. 그녀의 작업은 감정의 집합이 만드는 메시지와 힘을 강조하며, 거대한 구조에 저항하는 일상적 실천과 정서적 연대를 상상하게 한다.
한편, 남다현의 작업은 유머와 퍼포먼스를 통해 예술의 유통 구조를 비틀며, 자본주의 가치 체계 안에서 예술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되묻는다. 명성과 거래가 예술의 본질을 가릴 때, 그는 가벼운 제스처 속에 진지한 질문을 숨겨두어 예술의 자율성과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던진다.
《시대전술》은 예술을 시대의 감각으로 삼고 삶의 조건에 응답하는 다섯 명의 전술적 주체들을 통해, 기술과 감각이 충돌하는 전환의 시대를 통과해 나가는 유연한 전략을 제시한다. 작품 속에 스며든 인간다움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 사유해야 할 존재의 본질을 환기 시키며, 예술이 여전히 유효한 실천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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