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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라톤칼럼〉(10) 보수가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이유
  • 기사등록 2018-08-17 21:07:56
  • 기사수정 2019-01-12 15: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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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란 일반적으로는 급격한 개혁을 피하고 현재의 체제를 중시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런 사전적 의미만 들여다보면 보수주의는 뭔가 고리타분하고 꼰대 같은 느낌이 난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진보 발전임을 생각할 때 보수는 새 시대를 가로막는 구악처럼 여겨진다.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언젠가부터 이와 같은 등식이 우리나라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보수는 악인가?
사실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는 깊고 탄탄하다. 이승만과 김일성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우파 민족주의와 좌파 공산주의 간의 치열한 대결 끝에 탄생하였다. 이승만은 해방과 좌우분열, 미국과 구소련의 충돌을 거치면서 한반도 남측의 주류로 자리매김하였다. 마침내 이승만의 건국 과정을 거쳐 박정희의 조국근대화가 성공하면서 남북한 간 체제경쟁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고 역사의 승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하지만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앞세운 권위주의와 개발독재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인권탄압 및 정경유착과 같은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우파 민주화 세력이 주축이 된 김영삼 정권이었다. 김영삼 정권은 안보나 경제에 있어서는 보수적 가치를 계승하면서 권위주의 시대에 진보주의의 담론인 민주화를 앞세워 박정희의 그늘을 벗어나려고 노력하였다. 나아가 냉전체제 붕괴와 정보화의 급진전과 같은 세계질서의 변화에 부응해 세계화와 함께 부민덕국(富民德國)이라는 한반도 선진화 담론을 제시함으로써 보수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라는 뼈아픈 실책을 통해 보수의 체질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4·19 학생혁명으로 인한 민주당 정권의 일시적인 집권 이래 실질적인 지배세력의 교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 이후 진보정권의 안보·경제정책 실패를 디딤돌로 삼아 신자유주의와 뉴라이트로 재무장한 새로운 보수가 생겨나 진보정권 10년이라는 단절을 뛰어넘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세력의 헌신으로 탄생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보수의 새로운 비전을 국정에 구현하기보다는 보수의 유습인 토건경제·비선정치로 일관함으로써 역사의 바퀴를 뒤로 돌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보수의 귀환에 내심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을 실망시켰으며, 결국 보수권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게 되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문재인 후보가 압승한데 이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참패하면서 우리나라의 보수는 더 이상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들 한다. 진보의 중심인 민주당이 기득권화해 보수세력으로 변모하고 정의당이 새로운 진보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적폐척결이라는 이름하에 과거 보수세력의 기반을 엎어버리고 20년 집권의 길을 다지고 있는 것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윈스턴 처칠은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요, 40대에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는 것이다”고 하였다. 진보가 항상 진보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진보진영의 역사관과 경제·안보관이다. 그들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반열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주의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보다는 세계적으로 실패가 검증된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한미동맹에 입각한 굳건한 안보태세를 기초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룩하려 하기보다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왜곡된 통일관을 갖고 있다. 이 땅의 보수세력들이 새롭게 일어나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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