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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4월 과천 시민회관 공연장을 방문, 신계용 과천시장과 포즈를 취했다. 자료사진 



1938년생, 호남출신 행정가 고건은 전남지사, 국회의원, 장관, 서울특별시장, 국무총리 등 안 해 본 게 없다. 서울특별시장은 관선 때 하고 민선 때 또 했다.

20여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한 뒤 대망론에 올라탔다. 지지도도 30%선을 넘어서 대권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노무현의 ‘배은망덕’론에 고건은 힘 한번 못쓰고 주저앉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07년 대선은 정동영 후보가 531만표 차이로 이명박 후보에게 대패하는 것으로 끝났다. 


 1944년생 충청출신 외교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 ‘충청대망론’을 내세워 정치현실에 뛰어들었다. 보수파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분열로 쑥대밭이 된 상황이었다. 17년1월 귀국한 그는 빅텐트론 등 연대 모색, 신당창당론이 결실을 맺지 못하자 하차해버렸다. 귀국 21일만의 대선불출마선언이었다.


이번엔 1949년 호남출신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추대론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여 추대성명서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한 대행은 앞의 고건, 반기문과 달리 본인의 정치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의 대선행을 강권하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정상이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권력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온갖 험난하고 위험한 길을 이겨내려면 본인의 강철같은 의지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고건이나 반기문 같은 사람이 중도사퇴하고 실패한 이유가 있다. 행정가로 대성한 이들에겐 대통령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는 한 대행에게 “대통령 시켜줄 테니 선거에 나서달라”는 것은 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현 대통령 탄핵도 못 막은 국힘 의원들이 무슨 신통력으로 대행을 대통령으로 만든단 말인가. 


더구나 한 대행의 추대론은 현재 국힘 내부 출마후보자들에 대해 “너희들은 자격, 능력 부족이야”하고 낙인찍은 행동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런 자신의 발등 찍는 행위를 넘어 이적행위자들을 왜 방치하는 지 모를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불출마선언을 했다. 심사숙고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은 서울시장 형정경험, 참신한 정치역정, 합리적 보수주의자 등의 면모로 이번 대선의 다크호스였다. 그런 그가 왜 중도하차했을까? 안타깝지만 승산을 내다 본 결과일 것이다. 


탄핵된 대통령이 자중자애 대신 정치메시지를 발표하고 일부 의원과 대권 후보자들은 여기에 줄을 대고 있으며, 국민의힘 비대위는 건곤일척의 대선승부를 위해 중도층의 마음을 끌기위한 정책을 과감하게 내놓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이 같은 시대역행적인 흐름 속에서 오세훈은 자신의 낮은 승산에 실망하고 국민의힘 대패를 내다보지 않았을까. 급기야 다음을 기약하고 이번에 판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으로선 좋은 카드 하나를 놓친 셈이다. 경선흥행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여전히 기득권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경선룰 확정과정에서도 기득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소인배같은 이기주의가 그대로 나타났다. 


국민 100% 여론조사로 1차 컷오프를 하겠다면서 역선택방지 조항을 걸어놓았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대국을 보는 눈도 부족하지만, 공동체의 재기를 위해 소수가 희생할 순간에 내 손의 떡 하나에 집착하는 인간성이 드러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6·3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국민적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한심한 한 대행 추대론, 괜찮은 후보자인 오세훈 불출마선언은 패망, 폐족의 전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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