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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도 총무원장 탄핵 이후 여야 권력교체되나 - 숨겨진 딸 의혹 설정 총무원장 즉각 사퇴 거부
  • 기사등록 2018-08-13 16:01:29
  • 기사수정 2018-08-16 12: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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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78) 조계종 파워게임 점입가경


대한불교조계종 설정(76) 총무원장이 불교계 안팎의 즉각적인 사퇴요구를 거부해 종단 내 파워게임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설정 총무원장은 13일 오후 2시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정은 숨겨놓은 딸 의혹 등 추문으로 종단 내 조계종 내 보수와 진보세력 양쪽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아왔는데, 설정의 이날 사퇴거부는 자신을 지원해준 현 집권 측에 대한 반격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 등 현 집권세력은 종단 내 '적폐청산위'의 도덕성 검증으로 만신창이가 된 설정을 조기에 낙마시키고 보수진영의 다른 인물을 내세울 계획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설정 총무원장의 반대와 독자생존 모색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현 집권세력에 대한 반격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 총무원장의 질서 있는 퇴진은 물건너가고 조계종의 앞날은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야당측의 전면적인 조계종 적폐청산 요구의 물결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자승 전 총무원장과 설정 총무원장이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가 끝난 뒤 만나 악수하고 있다.


최근 도덕성 검증을 제기해온 종단 내 야당 세력과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당시 자신을 지원한 종단내 주류, 양측 모두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고립무원의 신세가 된 설정은 조계종의 야당인사를 만나 밀담을 나누는가 하면 핵심 보직 인사까지 단행하면서 ‘독자 생존’을 모색해왔다.

그는 3일 조계종 총무부장을 반(反)자승 인사인 성문 스님으로 전격 교체했다. 총무부장은 총무원장 대행을 맡는 자리다. 설정이 퇴임하면 다음 총무원장 선출을 총무부장이 실무를 주도한다. 하지만 성문은 하루 만에 사표를 냈다.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의 반발로 해석된다.

설정은 야당 성향의 명진 전 봉은사 주지와 비밀리에 회동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말 설정이 제3자를 통해 요청하면서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조계종단의 개혁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불국사 주지를 지낸 설조 스님이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40여 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진행하던 시점이었다.
명진은 지난해 가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때 설정의 숨겨진 딸 의혹, 학력 위조 의혹, 재산 은닉 의혹의 해소를 요구하며 조계사에서 단식투쟁을 벌인 불교계 야당의 중심인물이다. 또 명진은 봉은사 주지를 맡았던 2007~2010년 사이 봉은사 소유 땅 매각과 관련한 구설로 인해 자승 총무원장이 이끌던 총무원으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이런 인연에서 보듯 설정 총무원장은 독자생존을 위해 반대세력에 손을 뻗은 것이다.


현재의 집권주류 세력은 설정이 야당과 손잡고 독자생존을 모색하자 당황해하고 있다. 지난 8일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인 종정 진제스님이 교시를 통해 “설정 총무원장의 명예로운 용퇴”를 언급했고, 전국 큰절 주지들이 설정의 퇴임 시기를 16일로 못 박았은 상황인데 설정 총무원장이 뒤집어 버린 것이다.
결국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종단 내 주류 세력은 설정에 대해 탄핵(불신임)안을 조계종의 국회에 해당하는 중앙종회에 상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간을 끌면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주류 측은 ‘불교광장’이라는 종책 모임을 중심으로 종단 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자승 전 원장도 불교광장의 핵심 구성원이다.

현 중앙종회의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주류 세력이 설정의 불신임을 서두르는 이유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중앙종회 아래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다.

총 81명으로 구성돼 있는 중앙종회에서 야당 성향의 ‘법륜승가회’ 소속 의원은 16명에 불과하다. 총무원장 탄핵안이 중앙종회에서 가결되면 이를 원로회의에서 추인해야 확정된다. 원로회의는 종단 내 헌법재판소에 해당한다. 원로회의 측도 현재 설정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종회에서 총무원장 탄핵안이 의결되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 설정 총무원장을 반대하는 측은 자승 전 총무원장의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 측 시나리오 대로 흘러갈 지 알 수 없다. 주류와 설정 스님과의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조계종 개혁을 촉구해온 이들의 요구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권력을 나눠 먹는 형태로 짜인 현 중앙종회를 해산하고 재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승 전 총무원장 등 현집권세력의 구속을 외치고 있다.

조계종 임시 중앙종회가 16일, 원로회의가 22일 예정돼 있다. 집권세력은 이 일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 총무원장이 반기를 들고 있어 집권세력의 의도대로 '설정 탄핵'이 이뤄질 지 불투명하다.

야당세력은 23일로 예정된 전국승려대회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의 승려들이 모여 설정의 조속한 퇴진과 현 집권세력의 퇴장을 요구하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정치권력이 여야 교체됐듯 조계종 권력도 정권교체될 개연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백영철 국장기자, 전 세계일보 편집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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