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채라톤칼럼〉(7) 나향욱 전 기획관의 업무복귀가 주는 씁쓸함
  • 기사등록 2018-08-12 14:20:26
  • 기사수정 2018-08-15 08:26:34
기사수정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법률상으로 일반 국민에게는 허용되는 여러 가지 권리가 제한되고 또한 책임과 의무가 과해진다. 법률상 책임에는 징계 책임과 국가에 대한 변상 책임이 포함된다.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의무로는 성실, 친절, 공정, 청렴, 품위유지, 정치중립 등을 들 수 있다. 대신 공무원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면직 등 신분상의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으며, 이의가 있는 공무원은 소청심사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7월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란 발언으로 파면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법정싸움 끝에 강등징계로 낮춰져 복귀한 것을 두고 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인사혁신처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신뢰를 실추시킨 점 등을 들어 파면을 결정했지만, 1심 재판부는 “공무원 지위에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발언경위 등을 고려하면 파면이란 징계는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비슷한 판결을 내리자 교육부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였다.
사실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은 일반 국민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도 기자들과 사석에서 논쟁을 벌이다가 어느 영화에 나오는 얘기가 생각나 술김에 내뱉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교육부의 고위 공무원이고 그 얘기를 들은 상대자가 기자이다 보니 이를 전후맥락을 따지지 않고 기사화하였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인, 그것도 국록을 먹는 공직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어렵고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순간 망각한데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볼 때 재판부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본다. 사실 나 전 기획관의 발언 이후 이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마녀사냥과 닮아 있다. 물론 이 발언을 뉴스로 접한 국민들의 공분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그가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는 등 과거 이력까지 들춰내서 보수정권에 비판적인 매체와 단체들이 집중적으로 매도를 하고, 심지어는 당시 야당까지 나서서 정치문제화 했던 것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 정치공세에 밀려 서둘러 파면 결정을 내린 정부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에게 있어서 파면은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다. 평생을 공직에 바치고 마무리 단계에 있는 나 전 기획관과 같은 경우에는 특히 더 그러하다. 파면을 당하면 명예 실추는 물론이고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최고 2분의 1까지 제한 받게 된다. 퇴직연금 하나를 바라보고 박봉을 견뎌낸 공무원으로서는 청천벽력이다. 공무원의 징계는 그 사유와 양정에 따라 징계의 종류가 결정된다. 법원은 그 결정이 과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당시 징계위원회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전 기획관이 잘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위공직자로서 처신을 잘못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진보매체와 야당의 정치공세는 자신들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여론이 두려워 사실관계를 냉정하게 따지지 않고 파면 결정까지 내린 박근혜정부의 처사는 뭔가 문제가 있다. 그런 비겁함이 결국에는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고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되는 결과로 이어진 듯해 왠지 씁쓸하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issuegate.com/news/view.php?idx=161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