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기자의 세상만사〉 (77) 커지는 집권세력 내부의 파워게임――
정권 2인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임 실장은 남북정상회담과 정부, 공공기관 인사를 주도하면서 확고한 2인자의 위치를 굳혔다. 그러나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이해찬 의원이 출마한 뒤 ‘임종석 비서실장 사퇴설’ 지라시가 돌아다니고, 여권 내에서 임 실장의 인사독주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임 실장은 자신의 위세를 최근 청와대 비서관 인사서도 보여주었다. 급진좌파 운동권 출신이 대거 청와대로 입성했다. 6일 새로 임명된 비서관 6명 중 5명이 학생운동권 또는 시민단체 출신이다. 임 실장 산하엔 비서관 이상 31명 중 19명(61.3%)이 운동권 또는 진보 시민단체 출신으로 채워졌다.
임 실장의 인사독주에 대한 말들도 많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인사에 지원하려면 청와대 줄이 있어야 한다거나 임 실장이 지원하는 후보한테 밀렸다고 하소연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당 대표 선거에 나섰다면 유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접었는데 임 실장의 견제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임 실장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인사문제 등으로 불편해졌다는 소문도 이 연장선상에서 오르내린다.
청와대가 운동권이 모여 ‘끼리끼리 청와대’라는 소리를 듣는 데 대해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못마땅해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같은 문제로 이해찬 의원은 6년 전 19대 총선과정에서 임 실장과 크게 충돌한 적이 있다.
임 실장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명해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당시 그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보좌관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았다.
표면적으로 이게 문제가 됐다. 통합정당을 추진한 ‘혁신과통합’ 모임 인사들이 크게 반발했다. 결국 임 총장은 사무총장 뿐 아니라 성동구 총선 후보까지 내놔야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임 실장이 운동권 출신을 대거 공천하는데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이 의원이 공천 잡음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임 실장의 사퇴를 밀어붙였다.
이해찬의 권력이 세지면 임종석의 권력이 약화된다. 둘은 반비례 관계다. 이해찬 후보는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후보는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강한 여당론을 피력하고 있다. 그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임종석 비서실장의 위상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권력은 외부의 세력이 아니라 집권세력 내부의 파워게임으로 분열한다. 그동안 탄탄대로이던 문재인정부도 분화의 길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50%후반대로 주저앉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50%대 중반으로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지지율 하락의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임종석 실장이 “그만 둘 자유를 달라”고 한 탁현민 행정관에게 “첫 눈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연말에 자신이 그만둘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냐고 말하는 호사가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이해찬 당 대표가 등장하면 문 대통령이 연말쯤 임종석 실장을 ‘명퇴’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영철 국장기자, 전 세계일보 편집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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