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은 북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국가로 서쪽으로는 홍해, 남쪽으로는 아덴만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 경계선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1918년 서구 열강에 패배한 오스만투르크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후에 예멘아랍공화국(북예멘)과 영국령으로 분리되었다. 1967년 영국령에서 예멘인민민주공화국(남예멘)이 독립한 후에도 분단국가로 계속 남아 있다가 1990년 5월 22일 남북예멘이 통일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국주의 서국열강의 식민지가 되고 독립된 후에도 분단국가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운명과 유사한 점이 있다. 아니 그나마 뒤늦게라도 통일이 되었으니 더 축복을 받은 것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1975년 베트남 통일에 이어 1990년 5월 예멘이 통일되고 같은 해 10월 독일마저 통일이 되면서 이제 지구상에 남은 분단국가는 남북한밖에 없다며 모두들 한탄했던 기억이 있다.
예멘이 통일국가를 잘 발전시켰다면 새삼 그 기억을 되살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예멘이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은 의외에도 제주도에 몰려온 난민들 때문이다. 제주도의 무사증입국 제도를 틈타 몰려온 500여명의 난민처리 문제를 두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쏟아졌는가 하면 찬반양론이 뜨겁게 불이 붙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한때나마 우리의 부러움을 샀던 통일국가 예멘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데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90년 당시 예멘의 통일은 정치적 봉합에 의한 불완전한 통일이었기 때문에 1994년 5월에 재분단돼 내전이 시작되었다. 1994년 7월에 북예멘의 일방적 승리로 다시 통일되었으나 이때부터는 종교적 갈등으로 내전상태나 다름없는 혼란이 계속되었다. 2014년부터 현재의 하디정권을 남북분리주의 시아파 반군이 공격하면서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되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 중동국가들이 개입하면서 급기야 국제적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예멘인들이 전쟁을 피해 조국을 등지고 있는데, 특히 대규모 징집을 피하려는 20∼30대 청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경을 넘어온 이들을 이웃 중동국가들도 받아주지 않는 상황이고, 국제난민기구가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하여 제한적인 체류가 시작이 되었으나 난민을 인정하지 않고 취업도 어려운 곳이다 보니 급기야 제주도로 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때 통일을 이뤄내 우리의 부러움을 샀던 예멘과 여전히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 있지만 선진국 대열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제주도에 몰려온 예맨 난민들! 이 시점에 민족 모두의 염원인 통일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예멘보다 앞서 남북통일을 이뤄낸 베트남은 수많은 보트피플들이 조국을 떠나 유랑민 신세가 되었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많은 사람들은 피의 숙청으로 학살당하였다. 독일은 성공적인 통일국가의 길을 가고 있지만 엄청난 통일비용을 치렀는가 하면 아직까지도 동서독 출신 주민들 간의 소득격차와 이질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과 독일, 예멘과 우리나라의 역사·문화적 배경과 지정학적 여건들은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제국주의적 세계질서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한 민족이 갈라졌다는 점은 유사하다. 그 네 나라 중 한반도만 분단된 채로 남아 있다. 그렇지만 그 남쪽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애초부터 선진국이었던 독일을 제외하고는 두 나라, 특히 예멘과 비교할 때 천양지차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는 통일만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고 그 주체가 누구이고 그 과정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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