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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타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중소형 차의 유리창에 흔히 붙어 있는 문구다. 가끔씩은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아이가 타고 있으니 조심하숑’,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와 같은 기발한 문구도 보인다. 그저 애교나 재미를 주려고 했겠지만 본의가 어떻든 내용만으로는 ‘내 아이는 귀하니 피해 주지 말고 알아서 비켜가라’는 뉘앙스가 풍겨 불쾌감을 자아낸다. 기분에 따라서는 ‘그래서 어쩌라고?’, “요즘 젊은 사람들 참 이기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하기도 하다.
사실 ‘BABY ON BOARD'라는 스티커는 1984년에 당시 32세인 마이클 러너라는 미국의 청년 사업가가 고안했는데, 운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기가 운전하고 있다', '차에 아무도 없다', '장모님이 트렁크에 타고 있다' 와 같은 패러디까지 쏟아졌다고 한다. 그 이후에 교통사고가 난 부모가 이틀 만에 의식불명에서 깨어나서 '아이는요?'하고 찾는 바람에 폐차장에 가보니 뒷자리에 사망한 아이가 있었다는 일화가 퍼지면서 ’자동차 사고발생 시 아이 우선 구조‘라는 의미가 덧붙여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티커가 생겨난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에는 운전가가 부여하고 싶은 의미가 중요할 것이다. 차량전문가들은 만일 ‘사고 발생에 대비한 아이 안전’이 우선이라면 지나가는 차량이 쉽게 볼 수 있는 뒤 유리창보다는 앞이나 뒤 범퍼 같은데 붙이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만큼 큰 사고가 난다면 유리창이 깨져 날라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점까지 고려해서 스티커를 붙인 경우는 보지 못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 새끼는 내가 지킨다’, ‘열 받으면 후진한다’와 같은 자극적인 내용까지 곁들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운전자들은 결국 ‘내 소중한 자식이 타고 있으니 상대방의 양보를 받고 싶다’거나 ‘내 자식 때문에 조심운전해도 양해해 달라’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자기새끼를 예뻐하고 보호하려는 것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종족보존을 위한 원초적 본능이니 탓할 것도 없다. 다만 ‘나는 내 자식을 보호해야 하니 당신들이 알아서 양보를 하고 이해를 해 달라’는 극히 이기적인 발상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자기 부모나 다른 운전자의 자식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안전운전, 양보운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정치권에서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당 대변인 시절에 사용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 들추기’를 하면서, 지난 정권에서 한 일은 모두 잘못이고 정권을 새로 잡은 자기들이 하는 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치부하는 세태를 비꼰 말이다. 이기적인 운전자가 자기 차량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마음과 어쩌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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