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기자의 세상만사〉 (76) 특검수사 승복 않겠다는 태도 보인 김경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갔다. 연분홍 장미가 공중으로 던져졌다. 9일 오전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었다.
피의자로 포토라인에 선 그가 말했다. “본질에서 벗어난 조사가 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정치특검이 아닌 ‘진실 특검’이 돼 달라.”
여야합의로 특검 법안을 처리한 국회가 추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임한 특검이다. 법치를 거부하지 않고서야 정치특검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특검이라고 규정했으니 승복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김경수를 향해 지지자들은 다시 장미꽃을 던졌다.
김경수 지사는 두 번째 특검 조사를 마치고 10일 새벽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특검 수사사무실을 빠져나오면서도 “이제는 특검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말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무죄이니 특검의 수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투다.
9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 섰을 때 두 손을 모으고 옷을 여몄다. 잘잘못을 떠나 포토라인에 선 것은 국민에게 미안한 일이다. 노무현은 나름 공손한 태도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김경수는 노무현의 정치적 아들이다. 김경수는 노무현에게서 무엇을 배운 걸까.
김경수가 받는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드루킹은 여론을 왜곡조작하고 댓글공작으로 선거결과를 왜곡시켰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죽이는 범죄다. 김경수는 드루킹의 공범혐의를 받는다. 그런데도 법치를 거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게 촛불정신인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최대한 부인하는 게 최고의 전략임을 말해준다. 감방의 담장 위를 걷는다는 정치인들의 최고 무기는 단연 ‘오리발’이다. 투신사망한 뒤 양심적 정치인으로 추모된 노회찬 전 의원도 애초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드루킹 일당이 “정치자금 46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해도 부인했다.
김경수는 드루킹과 숨소리마저 감출 수 없는 5평 규모의 좁은 공간에서 대질조사를 받았지만 아무것도 시인하지 않았다. 드루킹은 2016년 11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산채’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설명했다”고 했지만 김경수는 그 장소에 가기는 했지만 “킹크랩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드루킹이 도두형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추천하자 김경수가 센다이 총영사를 역제안했다는 진술에도 아니라고 했다. 3시간 30분 동안 평행선이 이어졌다.
수사기간이 60일인 허익범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이달 25일에 끝난다. 사건의 핵 김경수는 전면 부인하는데다 김경수를 드루킹을 소개하고 200만원을 받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일본 총영사직과 관련해 드루킹 측근을 면담한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조사하지도 않았다.
특검 잘못이 아니다. 먼저 수사한 경찰이 흙탕물을 만들며 수많은 증거를 놓친 잘못이 더 크다. 현 정권이 임명한 검찰은 죽은 전 정권에 대해 부관참시 수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정권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만든 게 특검이다. 특검은 칼 한 번 휘두를 시간이 없었다. 떳떳하다면 특검에 한 달의 시간을 더 줘야 한다.
드루킹은 올 2월 ‘시그널’로 김 지사에게 “1년 4개월간 저희를 부려먹고 보상 없이 버리면 뒷감당 안 될 겁니다”라고 했다. 살아 있는 권력의 종양을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권력이 망한다. 2014년 말 ‘정윤회 문건’이 터졌을 때 검찰의 대충 수사로 살아남은 최순실은 2년 뒤 대통령을 탄핵시켜 감방으로 보내고 자신도 같은 운명이 됐다. 역사 앞에서 당당해야할 곳은 특검이다.
백영철 국장기자 전 세계일보 편집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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