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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라톤칼럼〉(4) 포퓰리즘이라는 괴물을 굶겨야할 때
  • 기사등록 2018-08-09 16:12:25
  • 기사수정 2018-08-10 13: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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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이라는 익명의 괴물, 그리고 거리의 사람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6~8일 사흘간 전국 성인 1천507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전주보다 5.2%포인트 급락한 58.0%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폭염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전기요금을 '찔끔 인하'한 게 국민적 반발을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사태는 문재인 정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정부로서는 탈원전 정책 기조 하에서 재정적 부담을 감안해 최대한의 인하폭을 결정하였겠지만, 이미 ‘공짜 점심’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을 추가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는 더 높은 선심정책을 써야 할 것이고 내성이 생긴 국민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텐데 이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영국인 철학자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란 저서에서 "모든 정치 이상 가운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소망이 가장 위험할 것이다.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의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라고 갈파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단순한 진리를 애써 외면한 채 그동안 많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 내었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과잉복지로 이어지면서 젊은 층에서는 ‘일 안하고 나랏돈으로 살아가기’가 입소문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죽음의 유령이 어느새 우리 옆에 바짝 다가서 있는 것이다.
194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의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1970년대 그의 부인인 에바 페론이 식량, 주택, 교육 등에서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중영합정책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이르게 한 것을 흔히 페론주의라고 한다. 2003년에는 페르난데스 부부가 차례로 대통령이 되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하에 공공지출을 무리하게 늘리고 에너지·교통요금을 동결하는 선심정책을 펼쳐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가 아르헨티나 경제를 다시 수렁에 빠지게 하였다.
국민의 인기와 지지율을 먹고 사는 정치 지도자에게 포퓰리즘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근대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는 필수불가결하다. 국가는 모든 국민들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다만 국민들이 ‘무임승차’의 습성에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유의해야 할 것은 그 운임을 대신 부담해야 하는 중상류층이나 기업들의 합리적 소비지출과 생산적 투자를 얼어붙게 만들거나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고 인적 자원 하나로 수출에 의지해 버텨가야 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민을 게으르게 만들면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이 없다. 경제학 이론에 '괴물은 굶기라'(starve beast)는 말이 있다. 괴물은 뭐든지 있으면 먹어치워 버리는 나쁜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상복지라는 이름의 '포퓰리즘 괴물'이 더 발호하기 전에 아예 굶겨 죽여야 하는 극단적 처방에 나서야 할 때이다.

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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