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삶
언제부터일까
밖에 나갈 때마다
자연스레 발길이 멈추어지는
한 그루 감나무,
수확하기 전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눈 호강을,
어느 날
수확을 했는지
10개의 감만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처음엔
높은 곳 수확이 어려워
남겨진 감인가 생각을 했었는데,
새의 몫으로
남겨 놓은 감이란걸 알았을 때
아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분이
가까운 이웃에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에 잔잔한 감동이,
이후
남겨진 10개의 감
얼마동안 볼 수있을까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단 하나의 감만이,
단 하나의 감,
매서운 바람이 불고
먹이가 귀해지는 겨울,
시간이 지나면서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처럼
기적이 일어나
오래도록 볼 수 있으면
얼마냐 좋을까라는 엉뚱한 마음이,
오늘도
남아 있는 하나의 감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새야 새야!
제발
배 고프더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먹이를 구하면 안되겠니,
바람아 바람아!
제발
이곳을 피할 수 없겠니
피할 수 없다면
살살 불면 안되겠니,
글, 사진= 박시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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