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남측 당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남북 간의 ‘중대 문제’들이 표류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신문은 이날 ‘주제넘은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의 대화탁(테이블)에 마주 앉아 말로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으로 하여 북남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중대 문제들이 말꼭지만 떼놓은 채 무기한 표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싱가포르 렉처' 발언을 비난했다.
신문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갑자기 재판관이나 된 듯이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누구가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발언을 겨냥한 듯한 비난을 쏟아냈다.

신문은 “조-미 쌍방이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 눈을 감고 주제 넘는 예상까지 해가며 늘어놓는 무례 무도한 궤설에 누가 귓등이라도 돌려대겠는가”라며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에서 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발언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셈이다.

북한이 남북 간 대화·화해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겨냥해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물론 노동신문은 ‘그 누구’라고만 지칭했을 뿐 문 대통령을 실명 거론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이날 주장은 남측이 북미 관계와 비핵화 진전, 대북제재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해 남북관계를 추진하면서 자신들의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열린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도 경제협력 등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남북관계가 빠르게 진전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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