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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인사개입 파문의 실제 배경은 ‘연금 사회주의’? - 빽기자의 세상만사 (63) 정부 쌈짓돈이 된 국민 노후자금
  • 기사등록 2018-07-08 10:01:45
  • 기사수정 2018-07-09 18: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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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기금이사) 인사개입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실세들이 공모절차를 껍데기로 만들며 내정한 후보자다. 그런 후보자를 뒤늦게 낙마시킨 배경을 두고 여러 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역면제가 낙마사유라는 말도 나오지만 맥락이 맞지 않는다. 그보다 ‘연금 사회주의’에 맞지 않아 배제됐다는 설이 힘을 얻어 떠돌아다닌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서류와 면접심사에서 역대급 점수를 받았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성주 이사장이 인선과정에 개입해 공모절차를 요식절차로 만들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확보한 '기금운용본부장 서류 및 면접심사 결과'를 보면 곽 전 대표는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서류와 면접심사에서 90점 이상 고득점을 기록했다. 서류심사에서 91.3점, 면접심사서 93.8점을 받아 평균 90점을 하회한 다른 후보들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역대 CIO 면접심사 점수 평균인 90.27점을 훨씬 웃돈다.
그럼에도 그를 탈락시킨데 대해 청와대측은 후보자의 병역문제가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아들의 병역문제도 있다고 한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뒤늦게 같은 해명을 한다.
곽태선은 1990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고 나이 때문에 3주 민방위 훈련으로 병역을 대체했다. 그는 “이 부분이 문제가 될까 싶어 서류 심사 자료 맨 앞장에 첨부했다”고 해명했다. 병역이 실제 이유라면 진작 검증에 걸려 낙마하는 게 정상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곽 전 대표는 "CIO 공모 과정이 시작되기 전 1월 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며 "장 실장은 내가 국내에 학연·지연이 없는 점을 좋다고 평가하며 CIO에 지원하기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CIO 공모에 지원하기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도 연락이 와 지원서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을 주겠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CIO 후보 검증 과정이 진행 중이던 4월 하순에는 김성주 이사장이 불러 기금운용본부의 운영 방향에 대해 의논했다.

병역에 하자가 있는 후보자라는 것을 미리 알고도 내정해놓고 이제야 병역이 낙마 사유라는 것은 논리가 궁색하다.



그래서 강력한 다른 이유가 있다는 추론은 자연스럽다. 김성주 이사장은 “장하성의 윗선에서 반대한다”는 식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윗선이 누군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결국 그 누군가가 장하성 실장과 인사수석실까지 개입해 밀어붙인 인사를 배제했다. 그 이유가 뭐냐로 모아진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했고 변호사 출신에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곽 전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국민연금의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호락호락 하지 않은 면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기업관리에 적극 활용하려는 청와대와 이 지점에서 틀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달말부터 ‘스튜어트십코드’를 도입한다. 기관투자자가 개별 투자자를 대신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내세워 기업을 길들이고 지배구조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256개나 된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연금사회주의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미국식 투자원칙, 즉 ‘수익 증대 우선주의’를 고수하는 내정자를 배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 635조원이다. 이 돈은 정부가 맘대로 쓸 수 있는 예산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금이므로 잘 굴려서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업 길들이기를 위해 쌈짓돈처럼 이 돈을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승희 의원은 "적임자로 물망에 오르던 후보자마저 낙마시키고 인선을 근 1년간 지연시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앞두고 '코드인사'를 단행하려는 정부의 뜻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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