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위태위태하다. 국민연금이사장으로 지난해 11월 김성주 전 국회의원이 낙하산으로 임명됐다. 그의 전문성은 잠시 국회보건복지위원으로 일하고 정치하는 지역구가 국민연금이 자리한 전주라는 점이 전부다.
낙하산 논란에 이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최고투자책임자· CIO) 자리는 1년째 공석인 데 이마저 인사개입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공모절차를 진행해온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이 최근 무산됐다. 최종 후보 3인까지 추렸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 청와대 개입설까지 터져 나와 혼란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자리는 635조원에 이르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총괄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그만큼 관련법에 규정된 선임절차에 따라 정치권의 입김 없이 엄정하게 뽑아야 한다. 그런데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개입설이 나돌아 '이런 게 촛불의 경제정의냐'라는 소리가 나온다.
기금운영본부장 인선에서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장 실장으로부터 지원할 것을 권유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뿐 아니라 공모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연락도 받았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곽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겉으로는 공정한 척하지만 보이지 않게 간섭을 하는 식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할 바에야 차라리 대통령·국무총리가 CIO 후보자 면접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인선 과정을 비판했다.
곽 전 대표는 장 실장과의 통화 시점, 인사수석실의 연락을 받은 시기를 'CIO 공모에 지원하기' 전이라고 밝혔다. 곽 전 대표는 이 과정을 자신이 내정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지원을 해보라고 권유는 한 것으로 안다"고 인정했다.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도 CIO 전형이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곽 전 대표에게 사실상 내정을 통보했다고 한다.
곽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김성주 이사장이 전주로 불러 ‘CIO에 취임하시면 바빠지실 테니 미리 알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6월 중순에 예정된 해외 출장도 같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이 곽 전 대표를 만난 시기에 기금운용본부장 전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4월 초 기금이사 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 면접을 마치고 곽 전 대표를 비롯해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을 3배수 후보로 압축했고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을 진행하고 있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기금을 운영하는 곳에서 왜 이런 복마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아하다. 이게 장하성 정책실장이 말하는 '촛불정신의 정의로운 경제'인가.
지난 5개월 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따뜻하고 바른 사회를 위한 불편부당 시대정론지 이슈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