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2002년 6월29일 연평도 앞바다에 북한군 함정이 침범했다. 우리 해군은 장렬하게 맞서 싸웠다. 윤영하 소령 등 우리 장병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들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나라의 부름을 받은 청춘들이었다.
북한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인 진보좌파 정부에 대해 북한이 공격한 것은 놀랄 일이었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으로 만든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 나온 북한군 도발이어서 더 충격적이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북한 김정일은 김대중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 한반도 평화대사인양 행동했다. 과실도 챙길 것 다 챙겼다. 그래놓고 입 싹 닦고 2년 만에 방심하던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
당시 대통령 김대중이 한 행동은 지금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는 우리 병사들이 적과 싸우다 적에 의해 꽃잎처럼 스러진 그날 즉각 부상한 병사들을 위로하지 않았다. 추후 문제가 되자 월드컵 3,4위전을 보지 않고 대신 경건한 시간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음날 한일월드컵 독일-브라질 결승전 관전을 위해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축구 때문이 아니라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취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적의 침범으로 나라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이웃나라끼리의 회담인데 미룬다고 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유가 뭘까. 연평해전에 초점이 모아지면 남북정상회담으로 2000년 그해 가을에 받은 노벨평화상의 의미가 훼손된다고 본 것인가. 장병들의 희생사실이 부각되면 자신의 햇볕정책이 손상을 입을 것으로 본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전쟁이, 김정일이 무서워서인가.
어느 쪽이든 그는 대통령의 근원적 임무를 망각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건 헌법이 부과한 대통령의 최고의 임무 아닌가.
2002 월드컵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3,4위전이 열린 날 발발했던 제2연평해전이 29일 16주기를 맞이했다. 김대중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부도 소홀히 다룬 그 기념일이다. 발발 10주년인 201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몇 년 전에 영화가 개봉돼 수많은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그 뿐이다.
무관심은 공수특전단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2연평해전 16주기를 맞았지만 침묵했다.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이전과 관련해 메시지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여당도 최경환 의원 징역 5년 선고 등에 대해 논평을 냈으나 연평해전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이날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서해수호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6주년 기념식'에는 국방장관도 해군참모총장도 없었다. 기념식은 자체행사로 열려 조촐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행사에 참석 한 뒤 돌아오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모식이 제2연평해전 승전 기념식으로 격상됐다가 올해부터 다시 부대 자체행사로 돌아갔다고 한다"며 "여섯 분의 영웅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평해전의 영웅들은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요새 남북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훈풍으로 안보태세가 풀어지고 있다. 18년 전 DJ정부의 남북정상회담과 그 2년 후 김정일의 연평해전 도발은 오늘의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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