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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소방관 극단선택 부모 인터뷰 “진상규명 철저히 해달라”
  • 기사등록 2022-07-04 18:39:04
  • 기사수정 2022-07-07 17: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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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은 이 아픔을 다른 부모들이 겪으면 안 됩니다. 젊은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방당국이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과천소방서 전경. 이슈게이트 



지난 4월, 26세의 홍 소방관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떴다. 

그는 올해 1월7일 신임소방관으로 임용돼 과천소방서로 부임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새내기였다. 


“도대체 명랑하고 예의바른 우리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홍 소방관의 부모는 진실을 알고 싶어 소방서의 진상조사 결과를 알려 달라고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 ‘참척’의 고통을 겪고 있는 홍 소방관의 어머니 아버지를 지난 2일 과천 모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의료인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고통 속에서도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Δ "유족들이 진상조사 결과를 먼저 알아야 하지 않나요? " 



먼저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하는 소방당국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과천소방서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끝내 놓고도 개인정보침해와 사생활 침해로 비공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한 아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는데 유족들이 가장 먼저 결과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과천소방서의 진상조사는 6월 초 끝났다.

전국공무원노조 측으로부터 진상조사위원회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다’로 결론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6월 9일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하지만 소방서는 6월 20일,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노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했다.


이에 홍 소방관 부모는 6월 23일, “개인 정보는 비공개로 해서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재요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6월 28일, “오는 12일까지 정보공개 결정을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홍 소방관 부모는 “ 큰 아들인데 제 자식이지만 예의가 바르고 음식점에서 음식을 갖다 주는 종업원에게도 감사하다고 깍듯하게 인사하고 길을 묻는 행인에게 길을 안내할 수 없을 때 길을 못 가르쳐 드려 죄송하다고 할 정도의 아이” 라며 “소방학교에서도 소방과 아주 잘 맞는다며 행복해 했다”고 아들의 심성에 대해 설명했다.


홍 소방관은 서울 모 사립대 경제학과 4학년으로 한 학기를 남겨놓고 소방관이 됐다. 

부모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했지만 적성에 맞는다며 안산 집에서 출퇴근 거리가 가까운 과천소방서로 발령이 나서 좋아했다는 것이다. 



Δ " 소방서는 직원 목숨도 구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 생명을 어떻게 구한다고 말하나" 



홍 소방관 어머니는 “지난 1월 물류센터에서 불이 났을 때 저런 일이 생기면 우리 아들이 먼저 달려가서 불을 끌 거라고 생각해 사고를 당하면 어쩌나는 걱정을 했지만 뒤에서 상사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 소방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신나게 학교를 다녔는데 우울증이 있었으면 병원에 근무하는 부모가 몰랐겠느냐”고 반문했다.


홍 소방관은 유서에 우울증이 있다고 썼다.

이에 대해 홍 소방관 부모는 아들이 사망 후 진료 기록을 확인한 결과 우울증 관련 병원 이력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평소 아들의 심성으로 봐서 우울증세가 있었다는 표현이라기보다 (기분이) 우울하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홍 소방관 부모는 “ 소방서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곳인데 자기 조직의 사람도 구하지 못하는 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맡기느냐”고 했다.

또 “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며 “ 최근 부산에서도 초임 소방관이 상관의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아들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이 이뤄졌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머니는 “아이를 떠나보내고 하루하루가 지옥이며 희망이 없다”며 “매일 눈물로 보내 나올 눈물이 없지만 그래도 나온다.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 옷이 젖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 우리가 겪은 이 아픔을 다른 부모들이 겪으면 안 되고 젊은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방당국이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담담히 말했다.



Δ 인권위에도 진정서 내고 진상규명 호소


홍 소방관 부모는 지난 6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고 ‘직장 내 괴롭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부모는 진정서에서 “ 출동 시 출동차를 같이 탄 상사로부터 욕설(XXX, 이 XX야 등)과 공포분위기 조성 (무전기 집어던지고 운전대 내리치고)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 ‘너 나 싫어하지’, ‘신고할 테면 해보라’는 등의 말로 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면서,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합니다”고 했다.



또 “소방서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우리 아이 본인이 스스로 우울증이 있어 세상을 등진다고 쓰여 있었지만 과천소방서에서 근무하기 전 까지는 우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며 “ 소방학교 시설 및 군대 의무소방 시절에도 밝은 아이였다”고 했다.


이어 “건강보험공단에 알아본 결과 2018년부터 사망날까지 정신과 진료기록은 전무하다”면서 “다만 과천소방서 출근을 시작하면서 말 수도 적어지고 한두 번 정도 ‘ 너무 이른 나이에 소방관이 되었다’ ‘그만 둬야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부모는 “그 때는 신입이라 업무 배우기기 힘들고 긴장돼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우리 아이가 이토록 괴로워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출동 대기 중인 과천소방서 차량들. 이슈게이트 




∇ 과천소방서 “징계위서 이달 중 징계 결정”... “진상조사 공개여부, 이르면 금주 내 결론” 



과천소방서 관계자는 4일 <이슈게이트>와 통화에서 “ 진상조사는 6월초에 끝났다. 6월27일 외부인사가 반 이상 참여하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서 A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홍 소방사가 남긴 유서에는 우울증으로 살기가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으나, 이후 동료 소방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제보가 나왔고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과천소방서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진행했으며, 지난 달 7일 상사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과천소방서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령에 따라 징계위는 징계요청이 있으면 30일 이내 결론을 내리게 돼 있다”며 “징계는 이달 내 결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징계수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정보공개에 관한 법령에 따라 비공개사항이라고 했다. 


유족이 소방서의 진상조사를 한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한 사안과 관련 “ 유족이 이의신청을 했고, 소방서는 경기도청에 이의신청서류를 넘겼다”며 “경기도청에서 진상조사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해야하는지, 비공개해야 하는지를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르면 ‘금주 내’ 위원회가 열려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 정보공개가 허용되면 유족에게 즉시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소방서 측에서 유족을 만나거나 위로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최근에 만나 위로한 적이 있다. 장례식부터 장례절차를 의논하고 위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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