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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폭망' ...이제 중도보수의 빛이 보인다 - 빽기자의 세상만사 (47) 한국당의 대참패를 보고
  • 기사등록 2018-06-14 01:05:02
  • 기사수정 2018-06-15 17: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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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당이 쑥대밭이 됐다. 지방정부는 대구 경북을 빼고 나머지는 절대다수 의석이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은 선출직 100명의 시의원 중 97명이 민주당이고 3명만 한국당이다. 경기는 128대 1, 인천은 32대 1, 부산은 38대 4다. 민주당이 100%를 다 차지한 곳만 광주 대전 세종 전남 전북 5곳에 이른다. 시도지사 17곳 중 한국당은 대구· 경북만 당선돼 바야흐로 TK당으로 전락했다.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도 한국당은 경북 김천 한 곳에서 접전을 벌여 건졌을 뿐 나머지는 큰 표차로 졌다.
바른미래당은 기초단체장 하나 못 건졌다. 선거 과정에서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재보선 공천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인 당이 바른미래당이다. 선거는 조직과 인력을 총동원해 능력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인데 자기편끼리 손가락질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려운 법이다.


▲ 14일 사퇴 선언을 하는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행을 맡는다.


보수정당이 이렇게 참패한 선거가 없다. 모든 게 야권 지도부의 전략부재고 선공후사 정신의 몰락이 빚어낸 참사다. 야권의 중심에서 가당찮게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을 흉내내던 홍준표 대표는 모든 허물을 안고 당대표실에서 떠났다. 시작이 끝을 예고하고 끝을 보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게 우리네 순환적 삶이다. 홍준표의 퇴장은 이제 또 다른 인물의 등장을 예고한다.

두 당은 비대위를 구성해 대대적인 혁신과 야권재편에 나서야 한다. 그 순서가 거꾸로가 되면 더 좋다. 야권재편이 잘 돼 튼튼한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장사를 하든 정치를 하든 일을 성사시키려면 구심점이 분명하고 강력해야 한다. 야권재편은 구심점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릇이 큰 새 인물들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념과 목표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데 더이상 따로 살 필요가 없어졌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언제나 현재권력을 견제하고 그들이 오만해지면 강력하게 싸워야 한다. 지도자들은 큰 가슴과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2년 후 총선을 향해 나아가려면 사소한 개인적 감정과 분노는 삭일 줄 알아야 한다.


▲ 자유한국당이 참패하자 구본철 전 의원 및 당협위원장 등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 등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사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뉴시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행태에 실망한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보수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폭망(폭싹 망하다)’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아주 망해야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올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단 그 길로 들어선 것은 역설적으로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가 약해질 때를 기다려 가건물을 대충 짓고 적당한 인물을 내세워 다시 헤쳐모여 식으로 웰빙당으로 돌아가면 절망적이다. 혹독한 민주당 파란색 바람을 정면으로 맞받으며 국민들에게 진정한 중도보수의 가치를 설득하는 정치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의 명망가들로는 불가능하다. 당의 쇄신이 필요할 때 그들은 나서지 않았다. 정치지도자들은 당이 어려울 때 헌신하면서 성장한다. 지금 거론되는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국민의 대대적인 불신을 받고도 전당대회 등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보 전진을 원한다면 이번엔 일보의 후퇴를 해주기를 기대한다.
젊은 보수세력이 나서야 한다. 새로운 인물이 나와 깃발을 들도록 당안팎의 수많은 정치인들은 신진 보수세력의 기쁨조가 되고 박수부대라도 될 각오가 필요하다. 선공후사만이 보수정당을 구하고 이땅의 민초들을 살릴 것이다. 폭망은 대한민국을 위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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