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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에 장사 없다'는 속담과 민심의 실체에 대해 - 빽기자의 세상만사 (46 ) 이재명의 압승을 보며
  • 기사등록 2018-06-13 10:54:48
  • 기사수정 2018-06-15 17: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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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마지막 유세 "국민이 합리적 선택을 할 거다. 이길지 질지 모르겠다. 결과가 어떠하든지 순응할 거다"라고 말했는데

이재명 후보 당선소감 " 경기도민은 위대하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경기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잊지 않겠다. 경기도가 공정한 나라, 공평한 사회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이겼다. 그것도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슈없이 밋밋하던 6·13 지방선거전에서 가장 뜨거웠던 경기지사 선거, 이재명 욕설파일과 이재명-김부선 스캔들이 선거판을 달궜던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완승했다.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되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많이 우세했다. 각종 연령대에서 이 후보의 우세는 확고했다. 승패는 진작에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이재명의 과거가 이재명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거친 인생은 '영웅스토리'가 돼 정치적 성장의 밀알이 됐지만 그게 부메랑이 돼 그를 덮칠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이 후보는 욕설파일에 이어 김부선 스캔들로 원투펀치를 맞았다. 욕설파일은 한국당이 공개해 주도했다. 이 사건은 민주당과 한국당 양쪽 지지자들에게 영향이 있었다. 지지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의 결속력을 높여주었으나 알려진 사건이어서인지 파장은 크지 않았다.
김부선 스캔들 의혹 사건은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주도했다. '네거티브'라는 반격으로 그냥 김빠진 맥주가 될 뻔 한 것을 공지영 작가가 가세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사건으로 비화됐다.

이 사건의 영향은 욕설파일보다 결코 작지 않았다. 중도세력이 움직이고 젊은 여성들의 표심이동이 감지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이 후보 지원유세에서 젊은 층에게 "쓸데없는 말에 휩쓸리지 말고 능력을 믿어달라"고 한 것도 20,30대 지지층의 이반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재명 캠프도 마지막 순간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걱정은 그야말로 '쓸데 없는 것'이었다. 56.4% 득표, 1위 남경필 한국당 후보에게 무려 20.9%포인트 앞섰다. 이재명의 압승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12일 경기도 수원의 마지막 유세에서 자신의 승패에 대해 "국민이 합리적 선택을 할 거다. 이길지 질지 모르겠다. 결과가 어떠하든지 순응할 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13일 밤 인사는 이렇게 바뀌었다. "경기도민은 위대하다. 압도적 지지를 잊지 않겠다."

이재명의 개인기가 강하고 남북미 정상회담의 평화기류가 한반도를 뒤덮은데다 민주당 바람이 선거판을 뒤흔든 결과일까. 그렇더라도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심의 실체가 과연 뭣인지를 되돌아보게 한 선거다.

도덕과 윤리 정의 같은 보편적 가치는 진영의 대결 앞에서 몰가치한 건가. "매에 장사 없다"라는 우리 속담은 권선징악의 의미인데 이 것 역시 장렬하게 장사지내진 건가. 장관 인사청문회라면 낙마가 뻔한데도 이렇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게 민심인가.

민심은 권력자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는 물 같은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중에 흔들기 위해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것인가.

민심이라는 것은 집단적이지만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일시적이고 맹목적이기까지 하다. 결코 보편적 시대정신이거나 천심이라고 찬사를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세상은 이런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가 겹치면서 뒤뚱거리는 것 같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13일 밤 ˝경기도민은 위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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