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폭군방벌”(暴君放伐)을 말했다. <정관정요>의 경구를 빌리자면, “왕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엎을 수도 있다.”
현재의 상황은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다. 썩고 병든 가지를 쳐내고 나라의 근간을 재정립하는 것은 공동의 과제이다.
계급·계층·집단, 정치 성향과 출신 지역을 모두 떠나 우리 국민은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에서 살 권리와 자격이 있다.”
누구 글인가. 조국 민정수석이 2년 전 2016년 11월 초 한겨레신문에 특별기고한 글이다. 그가 주장한 폭군방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애용한 경구다. 국민을 무서워하라는 의미다. 조 수석은 국민을 무서워하는가?
그는 반정과 명예혁명을 입에 담으면서 썩고 병든 가지를 쳐내자고 했다. 그러면 그의 말대로 그렇게 했는가? 그리고 나라의 근간을 재정립했는가?

조 수석 지휘하의 특별감찰반 비위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비위에 연루된 직원이 여러 명이라거나 평일 근무시간 골프설에 이어 현직 장관이 문제의 특감반원에게 자리를 약속했다는 의혹 등 장관 여럿의 실명까지 거론된다.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청와대 권력 운용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청와대와 조 수석의 태도다. 청와대와 조 수석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듯 함구에 급급하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과거의 암행어사다.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시하고 감찰하기 위해 나라가 마패를 주었다. 그런 암행어사들이 마패를 들고 자신의 취직자리나 부탁하고 부패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구명에 나서는 불법을 저질렀다. 부패한 암행어사에게 장관들은 자리를 봐주는 등 거래의혹이 드러났다.
암행어사들이 도적질을 한 셈이다. 적폐청산의 심장부라는 청와대가 적폐의 심장부가 된 꼴이다. 그런데도 책임지겠다고 손드는 사람 하나도 없다.
암행어사들 전체가 교체되고 온갖 부패 소문이 떠돌고 있다. 국민은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건 조 수석의 말대로 국민의 권리다. 그러나 사과는커녕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태도가 국민을 두려워하는 태도인가?
소위 국적(나라의 도적)을 진압하고 새 나라를 세웠다면 의당 나라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런데 특감반원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쉬쉬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거짓 해명하고 뒷북 대응을 했다. 뭐가 달라졌는가? 이게 바로 세운 나라의 근간인가?
청와대가 하는 일을 보면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 조 수석은 여태 인사검증을 하면서 하자가 수두룩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추천하고 통과시켰다. 같은 시민단체 출신인 김기식 금감원장 임명 파동 때도 논란이 커지자 재검증을 하고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장본인이다. 김기식 문제를 조 수석에 그냥 맡겨 두었다면 김기식은 지금 금감원장 자리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기식은 결국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에 의해 해임되었다.
조 수석에게 조 수석 자신이 2년 전 한겨레 특별기고에서 한 말을 돌려주고 싶다. “현재의 상황은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다. 썩고 병든 가지를 쳐내고 나라의 근간을 재정립하는 것은 공동의 과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페이스북에 “믿어주시기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이 언급한대로 국민은 물이고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무서워하는 특별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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